영어 그 자체만을 위한 공부만으로는 절대로 영어를 정복할 수 없다.
나에게 영어 정복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단한 여정이었습니다. 각종 매스컴과 유튜브에서 영어 학습의 비법을 쏟아내지만, 나 같은 70대 노인에게는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소위 ‘유학파’를 제외하고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름 영어에 능숙하다는 사람들도 원어민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명확한 발음으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 역시 영어 정복을 목표로 수십 년간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학원에서 영어 문법이나 회화 전문 강의를 들은 적은 없지만, 매일 출퇴근길 전철에서 유튜브 등의 강의를 들은 세월이 40년이 넘습니다.
하지만 유창한 영어 구사는 여전히 제가 평생 이루고 싶은 최고의 꿈이며,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할 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에 대한 큰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고 누구나 성철 스님같이 대각을 이루는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과학자라고 누구나 ‘아인슈타인’처럼‘상대성 이론’ 같은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가 영어를 정복하는 것은 CNN 뉴스 진행자처럼 상황에 맞는 유려한 언어를 사용하여 시청자들이 그 뉴스를 속도감과 긴장감을 느끼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영어 정복의 의미를 조금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영어 교육에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오직 ‘열심. 반복. 꾸준함’만이 답입니다. 그리고 그 세 단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공부에 몰입할 때 생성되는 환심(歡心), 기쁘고 즐거운 마음입니다. 환심(歡心)은 인위적으로 추구하는 즐거움인 락(樂)과는 구분이 됩니다.
불교에서는 “최고의 락(樂)은 고(苦)와 같다”라고 주장합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쾌락을 추구할 때 오히려 고통이 따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행에 매진하여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부처님에게 바쳐서, 내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 될 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데, 그런 즐거움을 불교에서는 환심(歡心)이라 부릅니다.
많은 사람이 공부에 매진한 후에 느끼는 뿌듯한 마음이 영어 공부를 계속하게 되는 동기 유발이라는 데 동의를 하실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2009년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한 **'1만 시간의 법칙'**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글래드웰은 빌 게이츠, 비틀스,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들, 즉 '아웃라이어'들의 공통점으로 1만 시간 동안의 꾸준한 노력을 꼽으며,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천적 재능보다 끈기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 주 20시간씩 약 10년간 끊임없이 정진해야 도달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입니다. 그러나 나는 빌 게이츠, 비틀스, 모차르트와 같은 이들이 단지 노력만으로 위대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지닌 비범한 재능 위에, 오랜 세월 자신을 담금질하며 흘린 땀과 몰입의 시간을 더했기에 비로소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경이로운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재능과 상관없이 후천적인 노력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1만 시간의 법칙'이 영어 학습에 적용될 수 있는 최적의 법칙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TV에서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어르신들이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정하고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분들 모두 공부한 보람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에 깊이 몰입하면서 성취감이 배가 되고, 이는 삶의 활력소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영어를 나도 열심히 하니 되네!"라는 희망과 기쁨을 얻는 모습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는 그분들의 공부 방법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공부의 목적이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지혜를 깨닫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정복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내게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깨달은 영어 정복의 비법은 “영어 그 자체만을 위한 공부만으로는 절대로 영어를 정복할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어 공부의 원리를 깨달은 사람은 감히 영어 정복의 길로 들어섰다고 선언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를 깨닫기 위해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의자에 맞닿은 엉덩이에 생긴 굳은살과 비례한다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몰입의 정도에 따라 그 느끼는 시간의 길이가 다르겠지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영어야말로 누구나 꾸준히 노력하면 충분히 정복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재능의 유무를 떠나, 1만 시간의 법칙이 제시하는 끈기와 몰입의 정신은 영어 학습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