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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섬

3 도초도 풍경

by 글마중 김범순

도초도는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당나라 수도처럼 초목이 무성해 도초도(都草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비금도 명물인 신안 소금은 점차 도초도에서 생산량이 증가한다고 했다.

기사는 수국이 심어진 도로를 따라 자산어보 촬영지로 갔다.

저 멀리

산과 산이 이어지는 잘록한 능선에 초가집이 보였다.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하다 만난 가거댁과 함께 보냈던 집을

도초도에 재현한 것이다.

절묘한 풍경을 찾아낸 드라마 감독의 혜안에 감탄했다.

주차장에서 언덕길을 오를 때 잘 익은 산딸기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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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산어보 촬영지에서 인생 샷을 건졌다.

기사는 열심히 안내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런 틈틈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뙤약볕에 엎드려 무너진 담을 쌓았다.

도초도 토박이로 젊은 시절 잠깐 도회지에 나갔다 왔다는 그의 고향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나는 어느새 기사님이라고 깍듯하게 존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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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끝난 지 3일 된 수국 테마 공원은 한적해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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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테마공원 안에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입구 벽면

돌아오는 길에 이세돌 어머니 친정집을 지났다.

도초도에서 태어나 비금도로 시집가서 이세돌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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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팽나무와 각양각색의 푸짐한 수국이 어우러진 환상의 십리 길을 걷기 위해

도초도 1등 지킴이 프로 기사님과 헤어졌다.

바람이 불어 나무 그늘을 따라 산책하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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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 천변 둑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 이름은 까먹었다.

산책을 끝내고 포구로 돌아오니 7시 반이 넘었다.

백반과 도초도 특미 간재미무침을 시켰다.

매상 올리는 주 메뉴가 우럭과 장어탕이라 그런지 국물김치도 없고 국은 물론 된장찌개조차 없이 야박했다.

국을 즐겨먹는 우리 셋의 평균 나이는 68.7!

하는 수 없이 밥에 물을 말아 멸치조림과 먹었다.

국물에 주렸던 터라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딱 하나 있는 슈퍼마켓은 오후 여섯 시 전에 문을 닫았다.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알의 사과를 빼놓고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소복하게 앉아있는 허름한 카페로 갔다.

그러고 보니 비금도와 도초도에는 과수원이 없었다.

카페가 성업 중인 까닭은 각종 과일 이름이 붙은 주스를 먹기 위해서가 아닐는지?

칼칼한 국물 대용으로 따끈한 차를 들고 바닷가 둑에 걸터앉았다.

바닷바람이 고즈넉하고 얌전한 섬을 마음껏 휘저었다.

그때 도초도 주인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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