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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21 살구 드세요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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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는 살구나무가 딱 한 그루 있었다.

느티나무만 한 나무에 주렁주렁 살구가 맺히고 나날이 익어갔다.

살구나무 주인 딸은 살구 철이 돌아오면 목에 힘을 주고 거만해졌다.

나도 또래들처럼 그 아이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노력했다.

세월 따라 기억이 왜곡되어 확실치는 않지만 두세 개 얻어먹었던 같다.

6.25 한국 전쟁이 끝난 지 10년 된 궁핍한 산골.

감동적인 살구 맛은 지금까지 생생해서 살구만 보면 어쩔 수 없이 사들고 온다.

매번 맛에 실망하면서도.

사흘 전 지나는 길가 좌판에 살구가 눈에 띄었다.

작고 단맛은 적었지만 뜻밖으로 살구향이 풍부했다.

이튿날 정오 무렵 운동을 마치고 또 사러 갔다.

장사가 없다.

너무 일러서 그런지 어쩐지 아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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