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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20 내가 아는 캣맘

by 글마중 김범순

남편과 나는 실개천이 흐르는 시골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유독 강변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드넓은 강 저 아래까지 아득하게 흐르는 물을 보면

너그러움과 풍요가 일렁이는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흐뭇했다.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은 탑정 저수지

익산 용안 금강 둑 바람개비 마을

신성리 갈대밭이다.

수채화 같은 봄에는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고’라는 동요를 목청껏 부른다.

작열하는 햇빛이 반사하는 여름 습지의 연꽃에 홀딱 반하고

가을 갈대밭에 부는 바람은 잊고 있던 외로움을 기지개 켜게 했다.

겨울 강에서 만나는 철새는 세상의 지평을 열어준다.

계절과 바람이 난 나는 집에 가서 밥하기 싫어

연산에 있는 찐빵 가게에 들러 찐빵과 만두를 샀다.

찐빵 가게 여 사장님은 손이 크고 나누기를 좋아했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새침한 나까지 바꿔 놓았으니 말해 무엇하랴?

바쁜 일이 겹쳐 오랜만에 강변 드라이브를 했다.

사장님이 오늘 오면 참 좋겠다 싶었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손님이 주문해서 쑥송편을 빚었는데 몇 개 남아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더 줄 게 뭐 없나. 아 참, 보리밥 줄까요?”

“웬 보리밥요?”
“혼자 있으니까 밥 안 해 먹는다고 동생이 한 소쿠리 가져왔어요.”

전라도가 고향인 사장님 김치 맛을 아는 나였다.
“보리밥 주려면 맛있는 열무김치도 주셔야 하는데요?”

염치를 팔아먹은 나는 맛있는 열무김치까지 챙겼다.

차 앞으로 고양이 두 마리가 와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허허허! 남편이 웃으며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몇 마리 없네요?”

“며칠 전에 두 마리가 새끼 낳고 들어앉아 있어서 그래요. 신기하고 예쁘면서도 사료값도 만만치 않고 며칠 지나면 여러 마리가 몰려다닐 거라 큰 걱정이에요. 동네 사람들이 길고양이한테 밥 준다고 나를 원수 대하듯 하거든요.”

고양이를 쓰다듬는 사장님 표정이 어두워 나도 마음이 언짢았다.

맨 처음 찐빵을 사러 갔을 때였다.

찐빵 가게 옆 벽면 받침목과 기둥을 따라

고양이 서너 마리가 오르내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머 사장님이 키우시나 봐요? ”
“길 고양인데 밥을 줬더니 저렇게 가게만 맴돌아요.”

“너무 귀여워요.”

“귀엽다니까 마음이 놓여요. 손님들이 싫어할까 봐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거든요.”

처음 고양이들은 서슴없이 가게 안팎을 드나들었다고 했다.

사장님은 고양이들을 모아 놓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곤조곤 타일렀다.

“너희들이 가게 안을 돌아다니면 손님들이 비위생적이라고 흉보고 다시는 안 와. 손님 떨어져서 장사 안되면 너희들 사료 살 돈이 없는 거야. 나도 살고 너희도 살려면 밖에서만 놀아야 해. 알았지?”

그 후 고양이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베푸는 사람은 고양이도 좋아하고 아끼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강변 나들이 때 준비할 선물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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