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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27. 분꽃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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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예쁜 꽃을 홀대했다니! -


점심 설거지를 마치고 운동하러 집을 나섰다.

아파트 화단에 있는 분꽃도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 옛날 시골집 부엌 옆에도

할머니와 어머니가 가꾼 분꽃으로 가득했다.

한동안 흔하디 흔할 뿐 아니라 시골을 상징하는

촌스러운 꽃인 것 같아 외면하고 살았다.

언제부터인가 유년의 여름을 함께 한

분꽃이 더없이 반갑고 소중해졌다.

오후 2시 40분

화단의 분꽃이 모두 시들어 있어 놀랐다.

지날결인 듯 어머니 말이 들렸다.

“분꽃 피는구나. 보리쌀 안쳐야겠다.”

어머니는 오래도록 보리쌀을 삶았었다.

오후 4시 30분.

운동 마치고 돌아오면서 보니 환하게 웃고 있다.

다른 꽃보다 꽃잎이 약한 분꽃은

강한 햇살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하여 시원한 오후에 꽃을 피우고 이튿날 오전에 진다.

적외선에 반응하는 색소가 많아

캄캄한 밤에도 곤충을 잘 유도하여 수정에 성공한다.

꽃말은 겁쟁이, 내성적, 소심, 수줍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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