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선물 같은 하루
꽃이름을 검색해 보니 -히어리- 외래종인 줄 알았는데 고유종이란다.
숫자 끝에 4나 9가 들어가면 유성 장날이다. 어제는 24일. 꼼꼼하게 적은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차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운동 끝나고 곧바로 유성장으로 가서 맛있는 간장게장, 양념게장, 가오리무침을 샀다. 미나리와 머위도 사고 농협 마트에서 계란과 라면, 묵나물도 사고 방앗간에서는 예약했던 기름까지 찾아 기분 좋게 돌아왔다.
오늘 아침. 어성초, 쑥, 연잎, 갈근, 용규(까마중줄기), 홍삼 뿌리, 맥문동, 결명자, 둥굴레를 주전자에 넣다 아차 싶었다. 꼭 사야 했던 볶은 옥수수를 빼먹었기 때문이다. 옥수수가 들어가야만 물맛이 구수하다. 하는 수 없이 또 가야 하는데 주차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오늘은 옥수수뿐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운동 끝나고 전철을 타려고 월평 도서관 뒤 오솔길을 지나는데 낯선 꽃이 눈에 띄었다.
구암역에서 내려 건널목에 서니 유성장이 보였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전철을 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건널목 건너 곧바로 만난 화장실 옆모습에 홀딱 반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이라 더 그런 것 같았다.
제비꽃을 보고 웃으며 계단을 따라 유성천으로 내려갔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싶어서.
징검다리를 건너갔다 오면서 아까 봤던 화장실 반대쪽에 또다시 반했다.
사진 솜씨가 어설퍼 제대로 표현이 안 되었는데 실제로 보면 물방울이 구슬처럼 쏟아져 아주 환상적이다.
- 운전하지 않았을 뿐인데 선물 같은 하루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