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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Jul 22. 2023

딱 기다려 네덜란드

18. 유럽에서 채은을 만나다

딸네 집 부근 해산물 식당에서 12시에 채은을 만나기로 했다

                                        -  식당이라기보다 학교 같은 단정한 외관 -


대학 4학년인 채은은 1년간 국비로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며 공부하고 있었다채은은 9년 동안 시민대학 글쓰기 반에서 같이 공부한 노작가님 딸이면서 고등학교 1·2학년 때 소설 수업을 같이 듣던 문우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초 수업 끝나고 뒤풀이하러 갔을 때 노작가가 채은과 영상 통화를 하다가 교수님을 비롯해 문우들을 인사시켰다. 내 차례가 되어 4월 하순에 네덜란드에 간다니까 채은도 5월 4일 남자친구 만나러 네덜란드에 갈 거라며 반색을 했다

  채은아, 채은아, 그럼 우리 암스테르담에서 만나자. 우리가 언제 유럽에서 만나보겠냐?”

  좋아요선생님!”

마침 그 무렵에 딸네 스튜디오에서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라 같이 감상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12시가 다 됐는데 채은은 오지 않고 전화가 왔다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중이라 아무래도 30분은 늦을 것 같다고.   



  "남자친구는 주차 중이에요."

채은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똑같은 채은인데 네덜란드에서 만난 채은은 확실히 달랐다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아무튼 100배 더 반갑고 정겹고 또 - - ! 

딸이 채은에게 장차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채은은 1도 망설이지 않고 대학교수라고 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아니다미안합니다!”

10분쯤 뒤 귀까지 붉게 물들인 벽안(碧眼)의 네덜란드 청년이 한국말로 사과하며  들어왔다대학생인데 채은보다 1살 어리다고 했다생각보다 한국말을 잘하고 성실한 자세, 올바른 의식, 경제관념이 뚜렷한 믿음직한 청년이었다. 나와 딸은 채은이 훌륭한 청년을 만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며 네덜란드 남성의 특성을 타고났을 뿐이라고 더듬거리며 대답해 다 같이 크게 웃었다

      

                                                            - 가장 먼저 나온 굴요리 - 


채은이 배부르다며 요리를 먹다 말고 접시에 덜어주었다남자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맛있다며 먹었다. 귀여운 연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사를 끝내고 전시회가 취소되어 아쉽지만 딸네 집으로 옮겨 차를 마셨다. 채은의 남자친구한테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의라는 뜻의 영어로 네덜란드인네덜란드어네덜란드 요리를 지칭하며 더치페이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하 호호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사위가 들어오며 파리행 기차 시간이 늦었다고 빨리 준비하라고 했다

서둘러 채은 커플과 작별 인사를 했다.    

 

                                           - 부랴부랴 도착한 스키폴 공항 -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은 비행기뿐 아니라 버스기차도 탈 수 있다교통이 편리하니까 세계 곳곳에서 유럽 전역으로 관광객이 모여들었다특이한 것은 기차에 자전거를 끌고 탈 수 있는 칸이 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있으면 직원 둘이 대기하고 있다가 리프트를 펼쳐 쉽게 기차에 오를 수 있게 도왔다

                                                               - 휠체어용 리프트 - 


문화 선진국의 면모가 돋보였다사위 배웅을 받으며 파리행 기차가 출발했다그것도 이별이라고 섭섭해서 손을 크게 흔들었다아이들을 맡기고 딸과 둘만 떠나는 미안함이 커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창밖을 스치는 넓은 들판에 가슴이 탁 트였다. 

전부 내 땅인 것처럼 마냥 뿌듯하고 좋았다.    


프랑스 파리!

여행 계획에 없었던 파리!

산골짜기에서 나고 자란 내가 파리를 간다! 


서두르는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던 여행의 설렘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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