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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Aug 02. 2023

딱 기다려 네덜란드

23. 요정 같은 딸

피카소 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탑. 

무슨 탑인지 궁금해서 여러 번 검색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와 개선문이다!   

딸이 아니란다.

환호한 게 부끄럽다.

중세 건축물 품격을 더욱 높이는 보라색 꽃.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도 봄이 한창이었다.

택시 안에서 찍었는데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니 관공서인 것 같다.

호텔 첫 번째 골목에서 보이는 에펠탑

                                                                   - 월남 국숫집에서 -


첫딸을 낳았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아니라고 쳐다보지 않았다

둘째 만삭 때 딸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뒤에서 수군거렸다.

저 여자 또 딸 낳으면 어떡하냐고

1978년 우리나라는 그랬다.


딸 밑으로 내리 아들 둘을 낳았다.

시어머니는 딸이 터를 잘 팔아서 그렇다며 열 명 넘는 손주들 중 가장 예뻐했.

첫째도 아들이었으면

평생 딸 구경 못 할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는 언제나 요정 같은 딸이 애틋하다.


입덧할 때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입히고 싶은 옷 다 입혀 키운 두 아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남편이 결혼 진에 진 사업 빚을 갚느라 열 달 내 국수만 먹었다. 

영양이 부족해서 그린 지 딸은 유난히 약하고 작았다.

그런 데다 여름옷 한 벌 사 입히지 못하고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준 앞가리개 하나로 여름을 났다.

빚 좀 있으면 어떻고 천천히 갚으면 어때서 그 미련을 떨었나 모르겠다.


   

에펠탑 부근으로 밤 산책에 나섰다.

여기저기 버스킹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에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에펠탑 아래는 공사 중이라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탑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잔디밭에 앉아 요정 같은 딸과 늦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기 했다.

파리는 수시로 앰뷸런스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빠르게 지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으로 혼잡해 질서가 무너져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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