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자뻑회원 셋이 감동적인 음악회를관람하고시립미술관 앞을 지나는데 현수막이 펄럭였다.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가슴이 뭉클했다.
꼭 보고 말 것이었다.
전시가 며칠 안 남아서 얼른 전화했다.
마지막 날까지 예매가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직원이 말했다. 드물게 취소하는 경우도 있으니 계속 살펴보라고
이건희 컬렉션이라 했으나 그의 부친 이병철 컬렉션이 더 많을 것이다.어머니에게 들었다. 고미술품에 심취한 이병철은 닥치는 대로 작품을 사들였다고. 어머니 남동생은 외조부가 아끼던 서화· 도예작품 전부를 거저 주다시피 이병철에게 넘겼다.이병철은 감사의 뜻으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외조부 소장이었다는 타이틀을 걸었다.
혹여라도
혹여라도
외조부 마음이 닿았던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자뻑 회원 셋이 같이 가고 싶어서 틈나는 대로 검색했다.
전시 끝나기 전전날 다섯이 취소했다.
잽싸게 예매를 눌렀지만 눈앞에서세 표가 사라졌다.
전시회, 영화, 외식을 혼자 못하는 나였다.미술품 감상과는 거리가 먼 남편이었다ㆍ 몸이 불편해서 싫다데도조르다 못해 을러 앞장 세우고외조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전시관으로 갔다.
- 전시 팸플릿 앞장 -
어락(漁樂)
변관식(1899-1976)
1908년 종이에 수묵채색 8폭 병풍
어쩌면 치열한 삶의 현장일지도 모르는 어류의 군집을
군무로 표현한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아름답다.
뼈가 시린 눈 속의 고목과 허름한 초가집
사무치게 원망스러운 흐린 하늘
고목은 작가. 허름한 초가집은 나라. 흐린 하늘은 일제 강점?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도 사무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1900년 대 초 작품일 텐데 21세기 화가 작품처럼 색감과 붓터치가 현대적이다.
타고난 천재 화가라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누구 그림인지 궁금해서 글씨를 확대하고 돋보기까지 동원했지만 읽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번거롭더라도 메모장에 꼭 기록을 해야겠다.
금붕어와 비둘기
윤중식(1914-2012)
1979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건희 컬렉션
굴뚝의 저녁연기의 색과 모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이공
천경자(1924-2015)
1972년 종이에 사인펜
사인펜으로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수채화 같은 작품을 탄생시켰는지 모르겠다.
중계 마을
박고석(1917-2002)
1982년 캔버스에 유채
중계 마을
박고석(1917-2002)
1982년 캔버스에 유채
원두막이 있는 풍경
이인성(1912-1950)
1930년-40년경 종이에 수채
장승 2
박생광( 1904-1985)
1985년 종이에 수채
검정! 노랑! 빨강!
강렬한 세 가지 색이 장승의 웃음을 더 해학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설경
박대성(1945 - )
1984-1985년 광목에 수묵채색
구성
이응노(1904-1989)
캔버스에? 틀림없이 유채가 아닌데 글씨가 작아서 안 보임
고대 이집트 문명의 상형문자? 21세기 추상 작품?
시간의 간극이 없다. 역시 예술은 위대하다.
구성
이응노(1904-1989)
1970년 캔버스 종이에 수묵채색
사람과 동물과 사물의 부조화를 극복
조화와 어울림을 강조한 작품 같다.
누드
김흥수(1919-2014)
1960년대 캔버스에 유채
비둘기 치는 소녀들
류경채 (1920-19950)
1959년 캔버스에 유채
6.25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낡고 지저분한 집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양공주를 제외한 국민들의 비쩍 마른 얼굴은 어둡다. 그 속에서 소녀들은 꿈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