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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Oct 25. 2023

삽화

67. 신화가 된 화가들

                      - 예술의 전당 앞 구조물 -


예술의 전당에서 자뻑 회원 셋이 감동적인 음악회 관람하고 시립미술관 앞을 지나는데 현수막이 펄럭였다.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가슴이 뭉클했다.

꼭 보고 말 것이었다.  

    

전시가 며칠 안 남아서 얼른 전화했다.

마지막 날까지 예매가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직원이 말했다. 드물게 취소하는 경우도 있으니 계속 살펴보라고  

    

이건희 컬렉션이라 했으나 그의 부친 이병철 컬렉션이 더 많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들었다. 고미술품에 심취한 이병철은 닥치는 대로 작품사들였다고. 어머니 남동생은 외조부가 아끼던 서화 · 도예작품 전부를 거저 주다시피 이병철에게 넘겼다. 이병철은 감사의 뜻으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외조부 소장이었다는 타이틀을 걸었다.     


혹여라도

혹여라도

외조부 마음이 닿았던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자뻑 회원 셋이 같이 가고 싶어서 틈나는 대로 검색했다.

전시 끝나기 전전날 다섯이 취소했다.

잽싸게 예매를 눌렀지만 눈앞에서 세 표가 사라졌다.


전시회, 영화, 외식을 혼자 못하는 나였다. 미술품 감상과는 거리가 먼 남편이었다ㆍ 몸이 불편해서 싫다데도 르다 못해 을러 앞장 세우고 외조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전시관으로 갔다.   

                                        - 전시 팸플릿 앞장 -

어락(漁樂)

변관식(1899-1976)

1908년 종이에 수묵채색 8폭 병풍


어쩌면 치열한 삶의 현장일지도 모르는 어류의 군집을

군무로 표현한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아름답다.

뼈가 시린 눈 속의 고목과 허름한 초가집

사무치게 원망스러운 흐린 하늘

고목은 작가. 허름한 초가집은 나라. 흐린 하늘은 일제 강점?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도 사무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1900년 대 초 작품일 텐데 21세기 화가 작품처럼 색감과 붓터치가 현대적이다.

타고난 천재 화가라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누구 그림인지 궁금해서 글씨를 확대하고 돋보기까지 동원했지만 읽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번거롭더라도 메모장에 꼭 기록을 해야겠다.

금붕어와 비둘기

윤중식(1914-2012)

1979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건희 컬렉션


굴뚝의 저녁연기의 색과 모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이공

천경자(1924-2015)

1972년 종이에 사인펜


사인펜으로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수채화 같은 작품을 탄생시켰는지 모르겠다.

중계 마을

박고석(1917-2002)

1982년 캔버스에 유채

중계 마을

박고석(1917-2002)

1982년 캔버스에 유채

원두막이 있는 풍경

이인성(1912-1950)

1930년-40년경 종이에 수채

장승 2

박생광( 1904-1985)

1985년 종이에 수채


검정! 노랑! 빨강!

강렬한 세 가지 색이 장승의 웃음을 더 해학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설경

박대성(1945 - )

1984-1985년 광목에 수묵채색

구성

이응노(1904-1989)

캔버스에? 틀림없이 유채가 아닌데 글씨가 작아서 안 보임


고대 이집트 문명의 상형문자? 21세기 추상 작품?

시간의 간극이 없다. 역시 예술은 위대하다.

구성

이응노(1904-1989)

1970년 캔버스 종이에 수묵채색


사람과 동물과 사물의 부조화를 극복

조화와 어울림을 강조한 작품 같다.

누드

김흥수(1919-2014)

1960년대 캔버스에 유채

비둘기 치는 소녀들

류경채 (1920-19950)

1959년 캔버스에 유채


6.25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낡고 지저분한 집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양공주를 제외한 국민들의 비마른 얼굴은 어둡다. 그 속에서 소녀들은 꿈을 키운다.

여인좌상

문학진(1924-2019)

1965년 캔버스에 유채

풍경

권옥연(1923-2011)

1959년 캔버스에 유채

화병과 고양이

이봉상(1916-1970)

1959년 캔버스에 유채

집합 Joo-171

전광영(1944- )

2000년 한지에 혼합재료

전광영은 한지 오브제 재료를 통한 동양적 추상표현주의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쳐

갯바위에 붙은 고둥들이 움직이는 것 같다.

합장하는 사람

하인두(1930-1909)

1966년 캔버스에 유채


스테인드 글라스 안에 서면

성스러움이 차고 넘쳐 누구나 기도하게 된다.

푸른 거울

이성자(1918-2009)

캔버스에 유채


원형의 푸른 거이은 사각에 갇혀있다.

사각의 갇힘은 구속이 아니고 자유로운 확장 개념이다.

억새꽃

강요배(1952- )

2006년 캔버스에 아크릴릭


갈대숲에서 달은 못 봤지만

저렇게 예쁜 갈대는 많이 보았었다.

연연 핑크빛 갈대와 연연 옥빛 하늘!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처절하도록 쓸쓸하다.

무제

곽인식(1910-1980)

1970년 종이에 수채

게와 아이들

이중섭(1916-1956)

1952-1953년경 은지에 새김, 유채


이중섭 화가의 게와 아이가 얽혀 노는 그림을 유독 좋아한다.

딸과 재작년 제주도 여행 갔을 때였다.

딸 친구가 이 그림을 칠순 기념 선물로 가지고 왔다.

비둘기

이중섭(1916-1956)

캔버스에 유채


아무리 뜯어봐도 닭 같다.

닭이 저토록 높이 날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쩌면 작가는 자유롭게 나는 비둘기에 자신을 맡겨

아내가 있는 일본을 향해 현해탄을 건너고 싶지도.

현해탄

이중섭(1916-1956)

1954년 종이에 유채

사계

이중섭(1916-1956)

1950년 종이에 유채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

이중섭(1916-1956)

1953년 종이에 유채

릴리프 오브제

유영국(1916-2002)

1937년 혼합재료

작품 LA -101

유영국(1916-2002)

고등어

유영국(1916-2002)

1956년 캔버스에 유채


저토록 고품격의 고등어는 처음 보았다.

색 배치와 구성이 뛰어나다.

작품

유영국(1916-2002)

1965년 캔버스에 유채


화가는 외계에 살았나 보다.

네 가지 색으로 우주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낼 수 있으니

작품

유영국(1916-2002)

1967년 캔버스에 유채


간단명료(簡單明瞭)

말이 필요 없다.

작품

유영국(1916-2002)

1965년 캔버스에 유채

새와 가족

장욱진(1917-1990)

1988년 캔버스에 유채

나무와 가족

장욱진(1917-1990)

1982년 캔버스에 유채


그림이 묻는다.

도를 아십니까?

나무와 가족

장욱진(1917-1990)

1982년 캔버스에 유채

풍경

장욱진(1917-1990)

1983년 캔버스에 유채

하늘과 마을

장욱진(1917-1990)

1988년 캔버스에 유채


여리고 여린 것이 사람이라

하늘의 작은 움직임에도

땅에 어린 그림자에도 크게 놀란다.

세 여인

박수근(1914-1965)

1961년 패널에 유채


내 어린 시절 이웃집 아주머니들 같다.

정겹고 뭉클하다.

그리고

이토록 짠함은 무엇일까?

아, 나의 할머니!

할머니는 언제나 치미길이와 똑같은 하얀 앞치마를 입었다.

판잣집

박수근(1914-1965)

1956년 종이에 유채


작은 붓으로 심혈을 기울여 점묘하듯 판잣집을 그렸다.

자투리로 만든 조각보가 작품이듯 판잣집도 예술작품으로 거듭났다.

노인

박수근(1914-1965)

1961년 캔버스에 유채


친구가 없으시군요.

아니면 부인이 없으신가요?

너무 외로워 보이잖아요!

노인들

박수근(1914-1965)

1960년 캔버스에 유채

아이 업은 소녀

박수근(1914-1965)

1962년 합판에 유채


폐허를 딛고 세계 경제 10위 권에 든 위대한 우리나라

그 경제기반은 많은 누이들의 희생으로 다져졌다.



김환기 작품은 촬영 금지라 그냥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남편한테 소감을 물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당신은 어땠냐고 되묻는다.


- 나야 외할아버지도 만나고 당신 아버지도 만나고 우리 엄마도 만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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