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풍요로운 노후
한 달에 한번 문화동에 있는 요양원으로 커트 봉사를 하러 간다.
봉사 갈 때 한밭 도서관을 조금 지나면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넘어오던 까치고개 산길이 보여 아련해진다.
충남 대덕군 산내면 무수리
대전시로 행정구역이 편입되기 전의 내가 자란 시골집 주소
버스가 없어 누구나 이고 지고 걸어야 했던 그때 그 시절
집 → 구석말 고개 → 보문골 → 솔고개 → 대전 오월드 동물원이 있는 윗사정리 → 원사정리 → 백골 → 까치 고개 → 문화동 천근 → 대사동 테미 → 대흥동 → 은행동 → 원동 → 대전 중앙시장
무수리에서 중앙시장까지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씩 걸렸다.
세 고개 중 가장 높은 까치 고개 정상에 서면 대전 서부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연유로 보문요양원은 나한테 특별했다. 게다가 특별한 게 또 있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
바로 수준 높은 많은 작품들 때문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극히 일부만 찍었다. 매번 궁금했는데 지난 3월 27일 봉사 갔을 때는 잊지 않고 팀장한테 물었다.
"이 작품들 여기 계신 어르신들이 그리셨어요?"
"남자 어르신 한 분이 그리신 거예요."
"이 정도면 화가신데요?"
"밑그림에 색만 칠하는 건데 굉장히 재미있으시대요."
"밑그림 있다고 해도 조색과 표현 기법이 탁월하세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준비해 주는 요양원에서의 삶
누구나 꿈꾸는 풍요로운 노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