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하실까요?

6 다락

by 글마중 김범순


“이샘 여기 좀 와 봐.”

사진을 찍다 다락방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나 못지않게 호들갑스러운 이샘이 꺅!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아담하고 깔끔하고 예쁜 다락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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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 창문가에 놓인 난 화분과 선인장이 싱그럽고 씩씩하다.

걸작인 다갈색 나무 받침대는 종부의 잦은 손길로 반질반질했다.

그리고, 그리고.

창틀 위에 놓여 천장까지 닿는 도자기 화병은 어쩔 것이며 하얀 화분 세 개에 담긴 마른 꽃은 또?

아,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사각형 도기는 빈 화분이 아니라 야무진 덩굴식물을 품고 있다는 것을.

더디게 자랄 품종으로 종부가 주는 물을 먹으며 광합성 한지 10년은 안 되었겠고

5년은 넘었을 것 같다. 아니면 말고!

깔개와 포근한 방석이 있는 다락은 정갈하고 기품도 있다.

이샘이 말했다.

“온종일 누워서 책 읽으면 차-암 좋겠다.”


높고 넓은 외가의 다락은 이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나무 결이 삭아 부서지는 반닫이와 그 위에 놓인 얼룩진 이불 보따리

반닫이 가득 들어 있던 걸레로 쓰기 아까운 헌 옷가지

녹슨 촛대와 향로, 향합, 다리 부러진 키 높은 제사상

촌스러운 무늬조차 헐벗은 사기그릇

그릇이 무거워 주저앉은 대광주리

저승사자를 닮은 검은 책 궤짝 안에서 환생을 기다리던 낡은 책들

쥐똥과 함께 뒹굴던 싹 난 씨감자와 늙은 호박

외할아버지가 일본 나들이 때 쓰던 투박하고 커다란 가죽 여행 가방.


가방 안의 수많은 사진첩에 외할머니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외할아버지 사진이 가장 많았고 외삼촌들과 이모가 있고 가뭄에 콩 나듯 내 어머니도 눈에 띄었다.

두 외삼촌과 이모를 낳은 작은할머니 사진 역시 없다.

외로운 할머니는 밤낮없이 쥐가 달리고 가끔 뱀도 들어오는 다락을 자주 올라갔다.

- 할아버지를 만나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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