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재첩국
지난 토요일 오후 고기를 사러 이마트에 갔더니 직원이 내일 휴무라 할인율이 높다고 했다.
피곤해서 눕고 싶었지만 주말연속극이 끝나자마자 집에서 300미터 떨어진 이마트로 다시 갔다. 마트 안은 휴무 전 할인 식품을 사려는 알뜰한 고객들로 무척 붐벼 놀랐다. 코앞에 살면서도 휴무 전날 알뜰 장보기를 모르고 산 것이다. 고등어, 멍게, 재첩을 49% 할인가로 판매했다.
일요일 저녁 그릴에 고등어를 구우며 남편한테 말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오늘은 화개장터에서 먹던 재첩국!"
"좋지!"
재첩은 민물에 사니까 금방 끓여도 될 것이다. 그래도 혹시 특별한 양념을 추가하나 싶어 재첩국 끓이는 법을 검색했다. 어림없었다.
"헤헤, 어쩌나? 하루 이상 해감이 필수라네. 오늘은 어제 먹던 쑥국으로!"
소금을 풀어 냉장고에 넣어 해감했다. 하루 뒤 꺼내보니 조개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검색 내용과 너무 달랐다. 추워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워야 조개들이 움직인다고 해서 조개를 깨끗이 씻어 수돗물에 담가 스테인리스 그릇을 뚜껑처럼 덮어 베란다에 놓고 하루를 기다렸다.
다 죽었으면 어떡하지? 두근두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조개들이 모두 입을 벌리고 호흡하고 있다. 바락바락 씻으니까 물 색깔이 누랬고 까만 모래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하루 더 해감하고 오늘 오후 6시에 씻으니까 물도 어느 정도 맑고 모래도 거의 없다.
충분히 해감했으니 물에 생강 한 톨, 마늘 10쪽을 넣고 불에 올렸다. 물이 끓었다. 재첩과 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 숙주 한 줌을 넣고 불을 껐다.
물을 적게 잡았더니 국물이 진하면서도 시원하고 살짝 익은 숙주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난생처음 끓인 재첩국 대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