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이만오천 원의 행복
할머니 산소 가는 길가 안영동 꽃집에는 어김없이 페튜니아 꽃이 피어있다.
올해는 큰맘 먹고 세 개를 사려고 했다. 베란다 창문 밖 화분걸이에 나란히 내놓으면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기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좋아하는 색 화분은 단 한 개뿐이었다.
페튜니아는 햇볕을 좋아해서 화분걸이에 내놓아야 마땅하지만 한 개뿐이라 좀 그래서 낮에는 베란다로 저녁에는 식탁으로 옮긴다.
아침과 저녁 먹을 때 남편과 나는 지치지 않고 꽃이 참 예쁘다며 수다를 떨었다.
페튜니아 꽃을 처음 접한 건 44년 전인 1981년이다.
남편이 담임했던 반 학생들이 스승의 날 페튜니아 화분을 선물했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페튜니아 꽃을 특별히 좋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