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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125. 봄 봄 봄

by 글마중 김범순

느티나무 씨앗 1


바람불 때마다 꽃비처럼 쏟아져 눈을 뜨지 못하겠다. 비둘기들이 모여들어 정신없이 쪼아 먹었다. 아파트 담장 밑에 오르르 모여있는 씨앗을 손끝으로 주웠다. 무게감이 1도 없다.


느티나무 씨앗 2


한 개를 확대해서 살펴보았다. 가장자리의 촘촘한 솜털에 의해 더 멀리 날아가는 것 같다.


느티나무 씨앗 3


솜털이 짧다. 그 대신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구멍이 뚫려있다.


느티나무가 씨앗을 멀리 보내기 위해 수수 천만년간 치밀하게 계산하고 수정하여 진화했다기보다는 먼저 신의 섭리에 감탄했다.


예쁜 씀바귀 꽃


날기 직전의 민들레 홀씨


5월 5일 대전 근교 성북동 들판을 가득 채운 둑새풀


우리 동네에서는 독새풀이라고 불렀다.

시집간 이듬해 남편한테 들었다.

금산 가난한 집에서는 독새풀 씨를 훑어 죽 끓여 먹는 것을 봤다고.


퇴고 지옥에서 잠시 헤어나 나물을 뜯으러 나왔다.


송홧가루를 옴팍 뛰 집어 쓴 광대나물꽃


이름 모를 귀족 곤충


망초 순과 차 만들 쑥을 흐뭇하게 뜯었다. 차에서 기다리던 남편이 칭찬했다. 빈 봉지 들고 가서 가득 채워 부자 되어 돌아왔다고!


4월 26일 붉은 병꽃나무 꽃 봉오리

5월 12일 활짝 핀 붉은 병꽃나무 꽃

숲 속에 두어 그루 있어 꽃색이 선명하지 못해 안타깝다.


5월 7일 만개한 마로니에 꽃

집 근처 공원에 마로니에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저 나무만 보면 네덜란드 딸네 집이 떠오르며 아련해진다.


2025년 5월 7일 아카시아꽃


해묵은 아카시아 나무 가득 꽃송이가 달렸다.

오솔길에 꽃향기가 자욱해서 그지없이 행복하면서 한편으로 몹시 아쉬웠다.


집에 있는 남편과

멀리 있는 딸과

서울 여동생과

캘리그래피 오작가에게


꽃 향기를 전할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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