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엉뚱한 자연
2025년 4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유근영 화백 작품 전시를 한다. 유근영 화백은 남편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며 대전 신일여중에 같이 근무하면서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매사에 더디고 추진력이 부족해서 전시 첫날을 놓치자 차일피일 자꾸 미루게 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마치고 곧바로 전시회장으로 직행했다.
남편과 5년 만에 찾은 대전시립미술관
미술관 앞 설치물
쾌적하고 드넓은 미술관 주변 광장에는 소풍 나온 가족들로 가득했다. 웃음 담은 얼굴로 이야기 나누며 사진 찍는 단란한 모습이 아주 흐뭇했다.
유근영 화백 현수막
미술관 외벽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훌륭한 남편 친구가 굉장히 자랑스럽다.
지하 수장고로 가는 엘리베이터
"여보, 엘리베이터에도 유 화백 이름이 있어."
"그~래? 으허허허!"
전시관 입구에 1983년 경 졸업한 신일여중 제자 다섯 명이 보낸 화분이 놓여 있었다. 졸업한 지 42년이나 지났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 제자들은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퇴직하고 내가 미용실 개업했을 때도 시계를 선물했었다.
전시관 앞 작품
희망이 피어나는 도시의 밤?
춤추는 노란 빗살나무와
초록색 나무와
불 켜진 고층아파트가
서로를 응원했다.
이 시점의 초고층 아파트는
자연의 일부로 승화된 것이다.
유 화백의 깊은 예술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느낀 대로 적었다. 막상 써 놓고 보니 중언부언 결례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근영 화백 전시 안내문
야자수와 색색의 뭉게구름
초가집과 성당 첨탑의 조화
검은 꽃과 노란 나비
아열대의 엉뚱한 자연
관람객이 끊이지 않아 자랑스럽고 기뻤다. 휠체어 탄 남편과 작품 감상하다 여럿이 우르르 들어오면 얼른 이동하기를 여러 번 했다.
작품명 : 우주적 공간
제작연도 : 1987년
대전 시립미술관 소장
작품명 : 우주적 공간
우주 이미지 상식의 틀이 깨졌다.
기하학적 표현에 섬광 같은 충격을 받았다.
예수 고난이 사무치는 성화
성미술 화가로도 유명한 유 화백은 제24회 가톨릭 미술상 본상을 받았다.
물과 늪에서 피어난 꽃잎 몇 개
화려하지 않은데도 화려하고
무심한 듯 절대 무심하지 않은
저 최강의 산뜻함!
색의 대 향연이 펼쳐진 엉뚱한 자연의 종합선물세트
입을 딱 벌리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작품명 : 숲에서
제작연도 : 1990년
캔버스에 아크릴릭
작가 소장
독특한 프레임이 작품 품격을 높인다.
이토록 강렬하고
이토록 섬세하고
이토록 열정적이며
이토록 화려할 수 있을까?
평범한 손이 키운 왕성한 생명체
고목에서 피어나는 부드러운 꽃
사람과 손잡은 키 큰 선인장
화병을 머리에 인 들꽃
자연이 어우러져 합창한다.
보라색 바다가
오래된 나무 둥치가
은혜 입은 바나나 나무가
갈래 머리 소녀가
작품명 : 엉뚱한 자연
제작 연도 : 2016년
캔버스에 유채
작가 소장
불꽃처럼 처절하리 만큼 아름다운 이 작품은 나에게 아주 특별하다. 첫 소설집『삼포』표지작이기 때문이다.
년 전에 유화백한테 소설책 표지를 부탁했다. 흔쾌히 여덟 작품이나 보냈다. 얼마나 고마운지 온 가족이 감동받았다.
기념으로 남편과 한 컷 찰칵!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특히 마음에 드는 설치물
유 화백 덕분에 갑부가 된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