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카이스트 입성
오 작가의 특별한 안내로 카이스트를 찾았다.
학문과 진리 탐구 정진에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되는 상아탑. 이 고정관념으로 무수히 지나쳤지만 한 번도 교문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었다. 오 작가는 집이 가까워서 카이스트로 산책을 다닌다고 했다.
운전석에서 내리며 오 작가가 말했다. 어떤 날은 못 만날 때도 있어요.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오 작가가 소리쳤다.
"있어요. 있어!"
보고 싶었던 거위들
반갑고 또 반가웠다. 소풍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이 교사가 배분한 과자를 거위에게 주고 있었다. 뭔가 먹이고 싶었지만 빈손이라 구경만 하기로 했다.
오 작가는 얼른 유치원 생이 잘못 던진 과자 조각을 줍더니 거위 주라고 나한테 건넸다. 이건 아무나 베풀 수 있는 호의가 아니었다. 깊은 마음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센 거위한테 밀린 오리 가족
나무 밑에는 엄마 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잔치에 함께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오 작가한테 받은 과자 조각을 오리 가족에게 주었다.
분수와 거위
거위들은 어린이들이 돌아가자 줄지어 물로 들어갔다. 오 작가한테 좋은 장소를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치하했다.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점심은 콩국수를 먹었다. 양이 푸짐했다. 오 작가는 많다고 했지만 식탐이 많은 나는 너끈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면이 아닌 쫄면이라 진짜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아가씨가 깻잎이 아주 맛있다고 했다. 얼른 주인한테 말하고 가져왔다. 콩국수와 깻잎이 그렇게 잘 어울릴 줄 꿈에도 몰랐다.
감성 풍만 라떼 아트
오 작가 단골 카페로 왔다. 카페인에 민감해서 녹차, 홍차, 박카스도 못 마시는 나는 초코라떼를 시켰다. 초코라떼는 언제는 꿈의 맛이었다. 행복하고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오 작가는 전전날 강원도 여행으로 몹시 지쳐있는 것 같았다. 시립 미술관 유근영 화백 전시회도 가기로 했지만 다음에 가자고 했다.
남편과 아들이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깜짝 놀랐다. 오 작가가 피곤해해서 일찍 헤어졌으며 우리 집까지 데려다줘서 그렇다고 했더니 아들이 말했다.
"굉장히 사려 깊고 고마운 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