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행 둘째 날
기발한 디자인의 제주 스타벅스 외관
제주에서 아침을 맞았다. 눈뜨자마자 문을 열고 어젯밤에 내놓은 오메기떡을 살폈다. 까치떼가 모여 쪼아먹다 기겁해서 달아났다. 딸과 나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얼른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날씨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올봄은 유독 하늘이 부옜던 터라 제주 하늘을 대전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조식 먹으러 식당으로 가는 길 여기저기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돈값을 톡톡히 했다. 식당은 깔끔했고 음식도 정갈했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엉덩물 계곡으로 유채꽃을 보러 가는 길. 이채로운 스타벅스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나무 계단을 따라 엉덩물 계곡으로 내려갔다. 가물어서 계곡에는 물이 없고 유채 꽃 역시 많이 졌다.
한 무더기 남은 유채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큰아들이 나비를 잡았다. 나비는 직업이 모델인지 얌전하게 옆으로 누워 포즈를 취했다.
살기 위해 죽은 척 한 것이겠지만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을 다 찍자 나비는 눈 깜짝할 새에 날아갔다.
색달 해수욕장
색달 해수욕장 입구 암벽이 웅장하고 찬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인생 샷이 될 것 같아 목을 뒤로 젖히고 열심히 찍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본 풍경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사진 촬영 : 고은별
색달 해변의 꿈결 같은 메밀꽃
메밀꽃 :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진 촬영 : 고은별
작은 손녀가 바닷물에 뛰어들어 신나게 놀았다.
한참 물을 좋아할 초등학생이니까.
햇살은 뜨거웠고 할 일 없는 나는 심심했다.
모래사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주 작고 예쁜 조개껍질들이 많았다.
천천히 걸으며 문우 천샘한테 선물할 조개껍질을 주웠다. 먼지도 작품으로 탄생시킬 사람이라 무척 기뻐할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화장실은 방금 청소를 끝낸 것처럼 깨끗했다. 방금 청소한 그 누군가의 손길에 감사했다.
화장실 밖에는 모래 뭍은 발을 씻을 수 있는 물탕을 만들어 놨다. 편리함과 아름다운 외관을 동시에 얻은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작은 시설에 크게 감동하며 우리나라는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해변 한쪽에는 해녀들의 쉼터가 있었다.
해녀들은 채취한 미역 손질이 한창이었다.
빛 바랜 비치파라솔 아래 고무대야에는 숨지기 직전의 멍게가 늘어져있었다. 해삼 멍게라면 환장하는 나였지만 얼른 발길을 돌렸다.
넓디넓은 푸르른 밀밭 지났다.
청정 제주 햇살 아래서 밀알이 살찌고 있다.
부지런히 통통하게 영글어라.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들이 배부르다.
맛있는 밀면을 먹고 지나는 길. 드넓은 유채꽃밭을 만났다.
제주는 가는 곳마다 유채가 만발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육지보다 드물었다.
산방산 아래 유채꽃밭은 입장료를 천 원씩 받았다.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옆 밭에 마음을 훔치는 밀밭이 있어 아깝다는 마음을 지울 수 있었다. 이삭이 모두 팬 밀 이삭은 제주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물결무늬를 그렸다.
은초록 파도는 풍요를 약속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 부르고 행복했다.
제주의 녹차밭
오설록 티뮤지엄에 들러 음료와 맛있는 케이크를 먹었다.
딸은 이곳 아니면 살 수 없는 차라며 내 글쓰기 지도교수님 선물을 사서 건넸다.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쪼잔한 나한테서 어떻게 저런 딸이 태어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