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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기념 여행기 외

2. 여행 둘째 날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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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디자인의 제주 스타벅스 외관


제주에서 아침을 맞았다. 눈뜨자마자 문을 열고 어젯밤에 내놓은 오메기떡을 살폈다. 까치떼가 모여 쪼아먹다 기겁해서 달아났다. 딸과 나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얼른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날씨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올봄은 유독 하늘이 부옜던 터라 제주 하늘을 대전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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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먹으러 식당으로 가는 길 여기저기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돈값을 톡톡히 했다. 식당은 깔끔했고 음식도 정갈했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엉덩물 계곡으로 유채꽃을 보러 가는 길. 이채로운 스타벅스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나무 계단을 따라 엉덩물 계곡으로 내려갔다. 가물어서 계곡에는 물이 없고 유채 꽃 역시 많이 졌다.


한 무더기 남은 유채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큰아들이 나비를 잡았다. 나비는 직업이 모델인지 얌전하게 옆으로 누워 포즈를 취했다.


살기 위해 죽은 척 한 것이겠지만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을 다 찍자 나비는 눈 깜짝할 새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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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달 해수욕장


색달 해수욕장 입구 암벽이 웅장하고 찬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인생 샷이 될 것 같아 목을 뒤로 젖히고 열심히 찍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본 풍경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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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 고은별

색달 해변의 꿈결 같은 메밀꽃


메밀꽃 :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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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 고은별


작은 손녀가 바닷물에 뛰어들어 신나게 놀았다.

한참 물을 좋아할 초등학생이니까.


햇살은 뜨거웠고 할 일 없는 나는 심심했다.

모래사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주 작고 예쁜 조개껍질들이 많았다.


천천히 걸으며 문우 천샘한테 선물할 조개껍질을 주웠다. 먼지도 작품으로 탄생시킬 사람이라 무척 기뻐할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화장실은 방금 청소를 끝낸 것처럼 깨끗했다. 방금 청소한 그 누군가의 손길에 감사했다.


화장실 밖에는 모래 뭍은 발을 씻을 수 있는 물탕을 만들어 놨다. 편리함과 아름다운 외관을 동시에 얻은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작은 시설에 크게 감동하며 우리나라는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해변 한쪽에는 해녀들의 쉼터가 있었다.

해녀들은 채취한 미역 손질이 한창이었다.


빛 바랜 비치파라솔 아래 고무대야에는 숨지기 직전의 멍게가 늘어져있었다. 해삼 멍게라면 환장하는 나였지만 얼른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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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넓은 푸르른 밀밭 지났다.

청정 제주 햇살 아래서 밀알이 살찌고 있다.

부지런히 통통하게 영글어라.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들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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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밀면을 먹고 지나는 길. 드넓은 유채꽃밭을 만났다.


제주는 가는 곳마다 유채가 만발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육지보다 드물었다.


산방산 아래 유채꽃밭은 입장료를 천 원씩 받았다.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옆 밭에 마음을 훔치는 밀밭이 있어 아깝다는 마음을 지울 수 있었다. 이삭이 모두 팬 밀 이삭은 제주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물결무늬를 그렸다.


은초록 파도는 풍요를 약속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 부르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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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녹차밭


오설록 티뮤지엄에 들러 음료와 맛있는 케이크를 먹었다.


딸은 이곳 아니면 살 수 없는 차라며 내 글쓰기 지도교수님 선물을 사서 건넸다.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쪼잔한 나한테서 어떻게 저런 딸이 태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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