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누비의 미학 1
이귀숙 갤러리 입구
내가 좋아하는 오인숙 작가랑 명강사 신길수 박사와 함께 이귀숙 갤러리에서 만났다.
청렴한 공무원 표본이던 오인숙 작가가 며칠 전 톡으로 이귀숙 갤러리를 소개했다. 나는 즉답을 보냈다.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마당에 도착했다.
지극히 평범했다.
기대를 너무 크게 한 것 같았다.
누비, 그 느림의 미학
누비란 두 겹 사이에 솜을 낳고 줄이 죽죽 지게 박는 바느질이다. 이귀숙 선생은 김해자 무형문화재 누비장 이수자로 사단법인 누비문화원 회장이었다.
실내로 들어서면서 마주한 아름다운 누비옷
평평하던 감정이 갑자기 널을 뛰었다.
감탄을 자아내는 상차림
이귀숙 선생은 누비의 미학을 요리로 재탄생시켰다. 선생의 손길을 거치면 흔한 재료가 환골탈태하여 작품이 되는 것이다.
나물이라면 좀 안다고 자부했는데 찔레순 나물, 메밀나물, 아카시아꽃 등의 독특한 재료에 깜짝 놀랐다. 강황밥과 말린 팽이버섯 요리가 기막히게 맛있었다.
조미료는 물론 양념을 전혀 하지 않아 사찰 음식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남아메리카 원주민 문양이 연상되는 강렬한 벽걸이
맛있고 여유로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작품을 감상했다. 한 땀 한 땀. 작품이 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하얀 앞치마에 피어난 풀잎과 꽃
누비 두루마기를 돋보이게 하는 민들레 홀씨
실제로 보면 민들레 씨앗 하나하나가 금방 날아오를 것처럼 부풀어 환상적이었다.
노단새 꽃다발
노단새
난생처음 들어본 꽃 이름이었다.
말린 노단새(로단테) 꽃이 생화처럼 싱싱했다.
귀염둥이 셋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녀린 줄기와 예쁜 풀꽃이
손에 손 잡고
별과
바람과
구름을
노래하고 있다.
화려하고 섬세한 로코코 역사를 만든 퐁파두르 후작
두 장의 퐁파두르 사진과 아름다운 탁자는 시간을 18세기로 바꾸어 파리 왕국의 화장실에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을 바꾸는 마법 램프
이 화장실에서는 누구나 다 소녀가 된다.
누비 조끼
공들인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 감히 입을 수 없을 것 같다.
부엌 창틀의 화병
빨간 글라디올러스
완벽한 작품이 된 공간
이귀숙 선생은 이 공간의 완성을 위해 저 나무를 일본에서 사 왔다고 했다.
잎 매듭 하나에 여러 장의 이파리가 달려있다.
감탄사를 연발한 찻 상
홍차와 황차가 준비된 다른 방으로 옮겼다. 이귀숙 선생은 가벼운 그릇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릇이 가벼우면 조심성이 사라져 귀빈 예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탁자와 의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수반과 놋접시
방금 전 꽃꽂이 했다는 수반과 놋접시가 조화롭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사진 찍으며 이 말을 거듭했다.
"너----무 예쁘다!"
놋접시와 꽃수과
너---무 예쁘지 않은가?
나는 보라 꽃수과
오인숙 작가는 노란 꽃수과
신길수 박사는 빨간 꽃수과를 선택했다.
나는 아까워서 먹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귀숙 선생이 얼른 과자 상자를 건넸다. 마음씀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이색적인 찻잔
예쁜 그릇
특별히 주문 제작했다는 구절판
놋쟁반과 화려한 접시
사랑과 꿈이 영그는 작품
미소가 지어지는 여름 공간
귀여운 곰돌이 액자 아래 모던한 선박 핸들, 조개껍질 목걸이, 비치파라솔, 열대 바다에 살 것 같은 커다란 소라, 깃털을 이용한 야자수 잎, 하얀 불가사리, 귀여운 인형!
이들이 한데 모여 여름을 만들었다.
부채와 옷을 걸기 위해 쇠스랑인가 뭔가의 삭은 자루를 십만 원 주고 구입했다고. 작품 표현을 위한 열정이 참으로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