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드디어
표지 그림 : 유근영 화백의 엉뚱한 자연
2025년 7월 16일 드디어 첫 소설집이 세상밖으로 나왔다. 2021년 등단하고 4년 만이다. 그동안 대전문화재단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에 여러 번 신청했으나 번번이 낙방하다 2025년 3월에 선정되었다.
누구보다 출간을 응원하고 기다리던 남편에게 첫 책을 선물했다. 넘치는 축하를 기대하며.
한 달 사이 급격히 건강이 약해진 일흔아홉 남편은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기쁘다는 거야 하며 의아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더라도 남편 생전에 내 소설책을 줄 수 있어 좋았다.
2025년 7월 20일 일요일
오전 잠을 포기한 나는 부지런히 외출 준비를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미용장협회에서 실무자 교육이 있어서다. 심한 건망증과 산만해진 정신상태의 나는 중앙회 운영위원 9명 집중 교육인 줄 알고 이사장과 사무총장까지 소설책 12권만 작은 상자에 챙겼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중앙회 감사가 반갑게 인사했다. 적잖이 당황한 나는 얼른 책 상자를 트렁크에 넣으며 물었다.
"오늘 운영위원만 교육받는 게 아닌가 보군요?"
"전국 지회 총무, 서기, 재무, 감사, 중앙회 운영위원이지요!"
오전 강의가 끝나고 중앙회 행사 때마다 단골로 가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은 맛있는데 직원이 어찌나 불친절한지 대전의 민낯을 들킨 것처럼 부끄러웠다. 기회가 되면 이사장과 사무총장한테 꼭 이야기해야겠다.
오후 마지막 쉬는 시간을 이용해 주차장에 가서 책을 가져왔다. 그게 뭐냐고 묻는 이사장한테 소설책이 출간되었다며 운영위원 교육인 줄 알고 12권만 가져왔다고 했다.
"언니 3권만 이리 줘."
나는 깜짝 놀라며 이사장한테 꼭 주고 싶어서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기회에 중앙회 주필이 책 출간했다는 소식을 알려야지!"
이사장은 얼른 사무총장을 불렀다.
명쾌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명강의가 모두 끝났다. 단체가 튼튼하려면 역량강화 교육이 필수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사무총장이 회의를 마무리하며 물었다.
"가장 먼 데서 오신 분은 누구십니까?"
"안동에서 왔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필님의 소설책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오늘 가장 일찍 협회 사무실에 도착하신 분은요?"
"저 아침 8시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 박수가 필요합니다. 대단한 열의에 감사드립니다. 선물 받으십시오."
"이 책을 꼭 받고 싶으신 분 손을 높이 드십시오."
"저요!"
아침에 주차장에서 만났던 중앙회 감사였다. 내 책을 받고 싶어 해서 기쁘고 고마웠다. 사무총장은 회의 진행달인이었다.
한마음 되어 교육장이 떠나가게 손뼉 치고 같이 웃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사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장의 폭넓은 처세 한 가지를 또 배웠다.
명강의를 펼친 신길수 경제학 박사한테 책을 증정했다. 이제 한 권 밖에 안 남았다.
이사장이 말했다.
"사무총장님 드려. 나는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