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누비의 미학 2
품위 있는 누비옷
그릇 문양보다 천배 만배 예쁜 바늘 지나간 자리
무겁고 중후한 식탁과 의자
문고리에 걸린 바늘꽂이
무명에 놓인 꽃의 요정
잠자리?
안갖춘꽃?
꽃씨?
꽃잎?
우리가 차 마시는 내내 이귀숙 선생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니 뜨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인숙 작가의 재치와 신길수 박사의 유머가 재미있어서 함께 웃느라고.
작품의 향연
명작 중의 명작 누비 알파벳
이귀숙 선생 손을 통해 누비 신이 내린 알파벳 선물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바깥 구경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섰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로즈메리와 작은 꽃이 거기 그 자리에 있었다.
이귀숙 선생의 발소리와 손길을 기다리며 탐스럽게 맺힌 포도송이
현대적이고 사치스러운 접시꽃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장미와 서양 채송화
취 꽃과 아스파라거스
이귀숙 선생은 취의 꽃을 보기 위해 꺾어서 취나물을 만들지 않고 그대로 키웠다고 했다.
예쁜 두 가지 꽃
꽃 이름을 모르겠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못 돼먹은 이놈의 기억력!
이귀숙 선생이 가장 좋아한다는 장미
접시꽃
짙은 남색 도라지 꽃
잉걸불 같은 한낮의 땡볕이 쏟아졌다. 텃밭의 진초록 땅콩잎과 고구마 순이 부얼부얼 자라고 있다.
이귀숙 선생은 넓은 텃밭을 야외예식장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 꿈은 오래지 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어느 좋은 날
풀꽃 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는 신부를
축하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집 향꽂이 접시에서 새롭게 피어난 꽃수과
귀한 인연들과 작품 감상을 하며 행복이 넘쳐흐르던 토요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