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회자정리
1월 2일 6시 33분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캐디한테 접수증을 줘야 했다. 아무리 찾아도 오후 9홀 접수증만 있고 오전 18홀 접수증이 없다. 꼼꼼하게 챙긴다고 챙겼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 얼른 같은 팀인 회장님 부군한테 말했다.
회장님 부군도 깜짝 놀라며 본부에 가서 다시 받아와야 된다고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본부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회장님 부군이 클럽하우스 직원한테 카트를 빌렸다. 카트가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회장님 부군이 기다리는 사이 다시 한번 찾아보자고 했다. 허리에 두른 막내 초등학교 3학년 때 쓰던 아람단 가방을 열었다.
오후 접수증이 있는 맨 앞 칸과 콤팩트와 간식이 있는 가운데 칸과 카드, 현금이 들어있는 세 번째 칸을 봤지만 없었다. 회장님 부군이 가방 맨 뒤 칸도 열어보라고 했다. 여권만 넣는 곳이지만 혹시 몰라 또 살펴보았지만 허사였다. 본부까지 가는 수밖에 없구나 하며 지퍼를 닿는데 손가락을 스치는 촉감이 달랐다. 얼른 다시 열었다. 착착 네 번 접은 접수증이 가방 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때 빌린 카트가 왔다. 회장님 부군은 황황하게 준비해 온 그들에게 헛수고했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카트를 타고 본부 쪽으로 달려갔다. 어찌나 미안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1월 2일 7시 12분
일출이 이토록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사람들이 왜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러 식장산으로 정동진으로 가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그 난리를 피운 주제에 일출 타령을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
1월 2일 8시의 백로들
다른 날과 달리 유별나게 많았다.
공에 맞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대추야자 꽃대
야자수만 보면 열대가 연상되고
야자수만 보면 해변이 연상된다.
연상 속의 야자수도 실컷 감상했다.
알알이 맺힌 대추야자
저 열매는 언제쯤 익을까?
말린 대추야자 정말 맛있는데!
오전 9시 58분
다른 날은 오후에 모습을 드러내던 원숭이들이 아침부터 진을 치고 있다. 누군가가 아기 데리고 있는 원숭이한테 먹이를 주려고 하자 캐디가 기철초풍 하며 절대 안 된다고 말렸다.
수채화 같은 구름
밑창이 떨어져 며칠 크록스 운동화를 신었는데 골프화보다 훨씬 편했다. 골프엔 골프화라는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스물아홉 컷 만에 건진 작품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사진 찍는데 무진 애를 먹었다.
예쁜 줄 알고 비싸게 굴 줄도 알고 제법이다.
나는 모습도 예쁜 이름 모를 새
요상한 자태의 야자수
그날도 어김없이 숲 속에서 목탁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치게 외로워 보이는 나무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허리 굽혀 골똘하게 들여다보는 듯한 낙엽교목! 볼 때마다 가슴저리게 아름답다. 가장 좋아하는 홀이었으나 연못이 있어서 한 번도 공을 치지 않았다. 물에 빠트릴 게 뻔하니까.
잔잔한 새털구름
오후에도 18홀 도는 팀도 있었지만 여유 있게 짐을 챙기려고 9홀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외벽에 붙어있는 도마뱀
오후 4시 30분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밥은 조금 먹고 맛없는 망고를 원 없이 먹었다.
상숙 짱 시누이가 테이블마다 삭힌 고추 다대기를 나누어 주었다. 일행 모두 환호했다. 얼마나 맛있는지 배가 부른데도 계속 밥을 퍼 날랐다. 얼굴이 예쁘면 음식을 맛있게 못한다는 편견도 간단하게 깨졌다.
안녕, 안녕!
닷새 동안 머물렀던 숙소를 떠났다.
회장님 부부, 짝꿍 수현 짱, 상숙 짱 부부, 아진 짱 부부, 윤정 짱 형제, 상숙 짱 시누이 부부, 박사장님 부부, 심사장님 부부와 계속 라운딩 하면 얼마나 좋을까 무척 아쉬웠다.
오후 7시 45분
두 시간 가까이 달려 방콕 시내로 접어들었다.
7시 48분에 지나간 제1 부대 지역
최신식 조명을 자랑하는 건물
태국의 조명도 중국처럼 원색적이었다. 안내판에 공항 가는 도로 표시가 나타났다. 공항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낯익은 한글 간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한국식품유통 -
얼마나 장하고 자랑스럽던지!
수완나품 공항
생각보다 빨리 출국 수속을 마쳤다. 아주 홀가분했다.
입국할 때는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겨울 옷을 입고 땀을 흘리며 굉장히 오래 기다렸었다. 신출내기 직원이 일머리를 몰라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서였다. 급기야 나와 윤정 짱 형제를 마지막으로 그 줄은 폐쇄되었다.
일행은 짐을 다 찾을 때까지 우리 셋이 나오지 않자 무슨 일인가 한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면세구역의 멋진 가게
어린이 포토존
화장실 외벽 장식품
화장실 문 장식
아름다운 화장실에서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오전 12시 09분
비행기가 이륙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고도 8991m 외부 공기 온도 -28도. 열대의 하늘도 높은 곳은 한대와 똑같이 춥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비행기 밖으로 나가 볼 수도 없고.
계속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빵과 우유, 과자는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다.
인천공항에서 며칠 동안 정이 담뿍 들었던 일행과 헤어졌다. 만남이 있으면 섭섭한 헤어짐이 뒤따른다. 다음에 만나면 굉장히 반가울 것이다.
곧바로 대전행 버스를 탔다.
7시 50분 꽁꽁 얼어붙은 인천 바닷가
네댓 시간 만에 여름에서 겨울로 왔다.
마술에 걸린 듯 신기했다.
아무튼 세상 참 살기 좋다.
7시 56분 인천의 일출
여러 가지 소원을 성취한 5박 7일 땡그랑 해외 골프 투어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