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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14 벽시계

by 글마중 김범순

남편 방에 있는 시계가 멈추었다.

시침 조절 손잡이가 망가져 속을 썩인 지 오래되었다.

건전지를 교체할 때면 펜치로 잡고 돌려 간신히 시간을 맞추었다.

고쳐쓰기 위해 시내에 있는 시계포로 갔다.

만약 고칠 수 없다면 새로 사야 했기에 남편도 동행했다.

주차하고 휠체어에 앉은 남편한테 시계 담은 가방을 안겼다.

인도로 접어들 때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앞바퀴가 걸려 휠체어가 요동을 쳤다.

그 바람에 남편이 안고 있던 시계가 바닥에 떨어져 테두리가 바짝 깨졌다.

수리비는 15,000원이고 새 시계는 35,000원이었다.

우리는 시계를 사기로 했다.

“35년 전 수업하다 쓰러진 남편이 퇴직할 때 제자들이 선물한 귀한 시계거든요. 안타깝지만 버려주세요.”

주인 영감과의 대화를 들으며 젊은 수리 기사가 감동했다.

뜻밖으로 새 시계는 방에 어울리지 않아 남편이 싫다고 했다.

황급히 시계포에 전화를 걸었다.

주인 영감은 점심 먹으러 갔는지 부인이 받았다.

“조금 전에 시계 산 사람입니다. 버려 달라고 했던 벽시계 절대 버리지 말고 기사님한테 고쳐 달라고 하세요. 꼭 전하셔야 해요. 꼭요!”

일주일 뒤 전화로 고쳤는지 물었다.

주인 영감은 그런 말 못 들었다며 가게가 비좁아서 그날로 시계를 버렸다고 했다.

버려달라고 할 게 아니라 고쳐 달라고 했어야 했다.

감동하던 기사를 떠올리며 혹시나 하고 시계포로 갔다.

주인 영감이 벌컥 화를 내며 쏘아붙였다.

“아, 버렸다니까요!”

수리 기사가 나를 알아보고 이 시계지요? 했다.

”맞아요. 오기를 잘했네요. 고쳐 주세요.“

“통화내용 듣고 짐작은 했는데 사모님이 이상한 전화라는 거예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깨진 테두리 하고 유리만 버리고 보관해봤어요. ”

일주일 뒤 시계를 찾으러 갔다.

”여러 번 오시게 해서 특별히 10,000원에 모시겠습니다.“

순간의 선택을 잘못해 하마터면 영원히 작별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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