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토끼가 왔어요
홈플러스에서 생후 6주 된 하얀 토끼를 사 왔다.
하도 작아서 쳐다보기만 해도 녹아 없어질 것 같았다.
토끼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불안해했다.
안정될 때까지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았다.
외국에 사는 큰 손녀가 이름을 구름이라고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름이는 차차 경계심을 풀고 건초를 악착같이 먹고 총알처럼 뛰어다녔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이갈이 비타민을 주는 아들 뒤를 따라다니고
내가 베란다로 나가면 사과껍질 빨리 달라고 칸막이를 물어뜯으며 조른다.
주말 연속극이 시작되면 구름이를 안고 남편과 같이 본다.
그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극!극!극!
안겨있는 것이 싫어서 이를 가는 것 같았다.
아들이 검색해 보고 말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내는 소리래요.”
세상에!
가슴이 무너졌다.
아직 아기나 다름없으니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인간의 이기심으로 새끼를 빼앗긴 어미의 슬픔은 또 어쩔 것인가?
토끼는 너무 일찍 젖을 떼면 면역력이 없어 병에 약하고
훌쩍 자라면 사람과 친해질 수 없어 6주 무렵에 어미와 분리한다고 했다.
미안하고 그지없이 안쓰러웠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준다 해도 엄마는 아니지 않은가.
의도치 않게 또 하나의 죄를 지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