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크로아티아

5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by 글마중 김범순


오파티야에서 버스로 두 시간 달려 자그레브로 왔다.

길가에 현대자동차 판매장이 보였다.

일행은 내 회사라도 되는 양 환호했다.

아드리아해를 상징하는 하늘색 트램이 지나갔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로 다뉴브강의 지류인 사바강 유역에 있으며 인구는 약 백십만 명이다.

1895년 건립된 국립극장에서는 수준 높은 오페라가 공연된다고 했다.

반 옐라치치 광장에서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길 근처에 자그레브 시내 축소 모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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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은 황동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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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골목의 예쁜 기념품

광장 뒤쪽 돌라츠 재래시장에서 산딸기와 블루베리를 샀다.

블루베리는 남국의 향이 강하면서 달고

산딸기는 태양의 입술을 훔친 맛이었다.


넥타이의 원조는 어디일까?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는데 크로아티아라고 했다.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이나 아들이 피 흘리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염원하며

정성껏 짠 크라바타라는 천을 목에 매 준 데서 넥타이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흔히 달마시안이라 부르는 멋진 품종의 개도 크로아티아 달마티아가 원산지다.

사람들이 벽을 보고 성호를 긋고 있었다. 과부가 살던 집에 불이 나서 모두 타버렸는데

오직 성모 마리아 그림만 남아 있어 오늘날까지 모셔 놓았다고 했다.


13세기에 지어진 성 마르코 교회 지붕은 타일로 모자이크를 해서 귀엽고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 붉은색 배경의 성 문양은 자그레브 시를 하늘색이 들어간 왼쪽은 크로아티아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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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궁과 국회의사당 벽에는 가스등이 있었다.

옛날에는 가스등을 켜고 끄는 사람이 근무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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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궁 부근

자그레브에는 아주 재미있는 곳이 있었다.

이름은 들어봤나? 쫑난 박물관!

연인들이 주고받았던 선물을 헤어진 뒤에 이곳에 모아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했다.

간직하자니 그렇고 버리자니 그랬을 테니까.


자그레브에서 2시간 만에 라스토케로 왔다. 라스토케라는 말은 천사의 머릿결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물의 요정들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그림 같은 집 아래로 하얀 비단 자락을 풀어놓은 듯 물이 흘러내렸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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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물레방아가 100개나 있었는데 밀 농사가 줄고 관광지로 되면서 지금은 세 개만 남았다고 했다.

큰 기대를 걸었던 물레방아는 우리나라처럼 낭만적인 형태가 아니라 실망스러웠다.

집과 집 사이 도랑에는 맑은 물이 가득가득 흐르고 있었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마을을 천천히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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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다.

여기저기 맑은 공기와 풍부한 물을 먹고 자란 각종 나물이 눈에 띄어 뜯고 싶었다.

점심은 바닥이 삐걱거려 유령마을이라고 소문난 오토착 민박마을에서

그릴에 구운 송어와 감자 샐러드를 맛있게 먹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왔다.


- 반짝이는 연초록 나뭇잎.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호수-


16개의 에메랄드빛 호수와 90개의 폭포로 이루어져 내가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배반하는 못된 취미가 있다.

인산인해! 발을 옮길 수 없다.

아침저녁은 쌀쌀하기에 두껍게 입었더니 내리쬐는 햇볕에 통찜이 될 지경이었고 상상 속의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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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이었지만 체감 온도 40° 육박하는 곳에서 꼼짝 못 하고 서있으니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멀리 큰 폭포가 보였다. 하지만 그쪽은 더 복잡해서 발 디딜 엄두를 내지 못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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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폭포를 보러 크로아티아까지 왔는데 가이드가 이럴 바에는 차라리 배를 타자고 했다.

배를 기다리는 줄도 엄청나게 길어서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이런 젠장! 바로 우리 앞에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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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들고 있는 양산 아래로 파고들어 관광객과 친해진 청둥오리를 구경했다.

아쉽고 또 아쉬운 플리트비체를 뒤로하고 버스를 탔다.


음악 소리가 특이할 만큼 요란한 호텔 식당에서 뷔페로 만찬을 즐겼다.

누군가 말했다. 레몬 맥주 마시러 크로아티아에 온다고.

동생한테 레몬 맥주 두 모금을 얻어 마셨다.

상큼 달달한 맛이 꼭 크로아티아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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