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이커머스 고객 세분화 전략
이커머스 쪽 자료를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세그먼트(segment) 다.
오늘은 이 세그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신규 고객, 첫 구매 고객, 재구매 고객, 휴면 고객, VIP 고객.
처음에는 이게 그냥 고객을
보기 좋게 나눠놓은 분류표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세그먼트는 고객을 정리하기 위한 표가 아니라,
고객을 움직이기 위한 전략의 출발점에 가까웠다.
나는 원래 세그먼트라는 개념을
전략기획 관점에서 더 익숙하게 봤다.
시장을 나누고, 고객군을 나누고,
현재 위치를 파악한 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이동시킬지 고민하는 방식 말이다.
학사시절 다뤄본 여러 가지 도구인
SWOT, 4Ps.. 등등도 이런 개념에서 필요한
기초적인 방법론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처음 이커머스의 고객 세분화 전략을 봤을 때도 낯설다기보다,
“아, 이건 전략기획에서 하던 사고를 훨씬 더 촘촘하게, 더 자주, 더 데이터 중심으로 실행하는 방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그런 관점에서 정리한 내용이다.
나처럼 이커머스 CRM이나 고객 세분화가 아직 낯선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어렵지 않게 풀어보려고 한다.
고객 세분화는 말 그대로 고객을 특정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왜 나누느냐”다.
이커머스에서 고객을 나누는 이유는 단순하다.
모든 고객이 같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처음 들어온 사람과
이미 세 번 구매한 사람은 전혀 다른 고객이다.
장바구니에 물건만 담아두고 나간 사람과
최근 한 달 동안 꾸준히 구매한 사람도 다르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같은 팝업을 보여주고,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같은 혜택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효율이 떨어진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이른 제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이미 늦은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이커머스에서는 고객을 나눈다.
그리고 각 그룹마다 다른 액션을 붙인다.
즉, 고객 세분화는 단순히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할지 정하기 위한 실무 장치에 가깝다.
내가 고객 세분화를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정리된 건 이 부분이었다.
세그먼트는 고객을 예쁘게 나열해 놓은 표가 아니다.
오히려 고객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다.
예를 들어 이런 흐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방문만 한 고객
회원가입한 고객
첫 구매한 고객
재구매한 고객
충성 고객
이탈 위험 고객
이렇게 보면 각 세그먼트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고객의 현재 위치를 뜻한다.
그리고 실무에서는 그다음 질문이 바로 붙는다.
- 이 고객을 다음 단계로 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이탈 위험 고객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
- 첫 구매 고객을 재구매 고객으로 바꾸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이 질문부터가 이미 전략이다.
그래서 세그먼트 전략은 결국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목표 위치를 정하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액션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이건 생각보다 전략기획의 사고방식과 많이 닮아 있다.
시장 안에서 고객군을 나누고, 각 집단의 특징을 보고, 원하는 포지션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방안을 세우는 과정 말이다. 다만 이커머스에서는 그 작업이 훨씬 더 촘촘하고 빠르게, 데이터 기반으로 반복된다.
고객 세분화는 여러 기준으로 할 수 있다.
꼭 하나만 쓰는 것도 아니고, 보통은 여러 기준을 섞어서 본다.
가장 익숙한 방식이다.
연령
성별
지역
디바이스
가입 경로
이런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다만 이커머스 CRM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누구인지”보다 “무엇을 했는지”가 더 직접적으로 행동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많이 쓰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최근 방문 여부
최근 구매 여부
구매 횟수
구매 금액
특정 카테고리 조회 여부
장바구니 담기 여부
쿠폰 사용 여부
이 기준으로 고객을 나누면
마케팅 액션과 연결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예를 들어, 이렇게 분류하면 바로 액션이 떠오른다.
- 최근 7일 이내 방문했지만 구매하지 않은 고객
- 장바구니에 담았지만 3일간 결제하지 않은 고객
- 특정 브랜드를 2회 이상 구매한 고객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지, 어떤 혜택을 줄지, 어떤 타이밍에 다시 부를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고객의 가치가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커머스에서는 고객의 장기 가치도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누적 구매금액이 높은 고객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고객
객단가가 높은 고객
반품률이 낮은 고객
이런 기준으로 보면 “매출 기여도가 큰 고객”이 보인다.
이 세그먼트는 주로 VIP 관리, 리텐션 전략, 혜택 설계와 연결된다.
고객이 서비스와 맺고 있는 관계의 단계를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신규 유입 고객
가입 고객
첫 구매 고객
재구매 고객
휴면 고객
이탈 고객
이 방식은 특히 좋다.
왜냐하면 고객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볼 수 있어서
다음 액션을 설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고객 세분화 자료를 보다 보면 자주 보이는 방식이 있다.
바로 RFM 분석이다.
RFM은 세 가지 기준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Recency: 얼마나 최근에 구매했는가
Frequency: 얼마나 자주 구매했는가
Monetary: 얼마나 많은 금액을 구매했는가
이 세 가지를 조합하면 고객의 상태를 비교적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도 샀고, 자주 사고, 금액도 크다
→ 우수 고객, VIP 고객
예전에는 자주 샀는데 최근 구매가 없다
→ 이탈 위험 고객
구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최근 들어오기 시작했다
→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고객
RFM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복잡한 머신러닝 없이도 고객 상태를 꽤 그럴듯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업종마다 보정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구매 주기가 긴 상품이라면 “최근 구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탈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소모품이나 식품처럼 재구매 주기가 짧은 업종이라면 최근성 지표가 훨씬 중요해질 수 있다.
그래서 RFM은 정답이라기보다
고객의 구매 상태를 빠르게 읽어내는 기본 프레임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실무다.
세그먼트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객을 나눴다면, 이제 각 그룹에 맞는 액션을 붙여야 한다.
이때 주로 등장하는 것이 캠페인이다.
이커머스에서 많이 쓰는 캠페인을 아주 크게 나누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온사이트 캠페인
메시지 캠페인
온사이트 캠페인(On-site campaign) 은
고객이 사이트나 앱 안에 들어와 있을 때 노출하는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있다.
첫 방문 팝업
회원가입 유도 배너
쿠폰 다운로드 배너
장바구니 이탈 방지 팝업
개인화 추천 상품 영역
특정 고객군 전용 혜택 노출
핵심은 사용자가 “들어와 있는 순간”에 반응하는 캠페인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방문 고객에게는
“지금 가입하면 웰컴 쿠폰을 드려요”
같은 배너가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이미 자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회원 전용 특가”나 “지난번 구매 상품과 연관된 추천”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온사이트 캠페인의 장점은
고객이 이미 서비스 안에 들어와 있어서 반응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즉, 지금 바로 행동하게 만들기 좋은 장치다.
메시지 캠페인(Message campaign)은
고객이 사이트 밖에 있을 때 다시 불러오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는 이런 채널이 있다.
이메일
문자
앱 푸시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톡, 친구톡 등 메신저 기반 메시지
예를 들어,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품이 있다는 알림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재구매를 유도하는 메시지
VIP 대상 전용 프로모션 안내
휴면 고객 대상 복귀 쿠폰 발송
이런 것이 모두 메시지 캠페인이다.
온사이트 캠페인이 “들어와 있는 고객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메시지 캠페인은 떠난 고객을 다시 데려오거나, 아직 행동하지 않은 고객의 행동을 자극하는 것에 가깝다.
다만 메시지 캠페인은 더 조심해서 써야 한다.
타이밍이 안 맞거나, 맥락 없는 메시지를 너무 자주 보내면
오히려 피로감만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시지 캠페인은 늘 질문이 붙는다.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
언제 보낼 것인가
무엇을 보낼 것인가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가
즉, 메시지 캠페인도 결국 세그먼트와 붙어야 힘이 생긴다.
이쯤 오면 고객 세분화 전략의 핵심은 꽤 분명해진다.
세그먼트를 만드는 이유는
고객을 예쁘게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이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보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방문만 한 고객 → 회원가입 고객으로
회원가입 고객 → 첫 구매 고객으로
첫 구매 고객 → 재구매 고객으로
재구매 고객 → 충성 고객으로
이탈 위험 고객 → 복귀 고객으로
이 흐름을 보면
세그먼트는 곧 고객 이동 경로와 연결된다.
그리고 실무에서 하는 일은 대체로 이렇다.
현재 고객을 나눈다
각 세그먼트의 특성을 본다
우선순위가 높은 세그먼트를 정한다
그 고객을 다음 단계로 움직일 액션을 설계한다
반응을 보고 다시 조정한다
생각보다 굉장히 전략적이다.
그리고 굉장히 운영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커머스 CRM은 단순히 “메시지 보내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상태 변화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로 보는 편이 맞다고 느꼈다.
나는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전략기획에서도 세그먼트를 나눈다.
시장과 고객군을 구분하고, 각 그룹의 특성을 보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위치를 정한다.
그리고 현재 위치에서 목표 위치까지 가기 위한 전략을 만든다.
이커머스의 고객 세분화도 구조는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전략기획이 조금 더 큰 단위의 포지셔닝과 방향성에 가깝고
이커머스 CRM은 그 사고를 훨씬 더 세밀한 행동 단위로 떨어뜨려 실행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략기획에서는
“고 가치 고객 비중을 늘리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커머스 CRM에서는 그걸 더 구체적으로 바꾼다.
고 가치 고객은 누구인가
이들의 공통 행동은 무엇인가
어떤 세그먼트가 VIP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가
어떤 혜택이나 추천이 전환을 만들까
어떤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
즉, 방향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 상태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커머스 세그먼트 전략이
전략기획의 사고방식을 훨씬 운영 가능한 형태로 세분화한 구조처럼 보였다.
고객 세분화를 공부하다 보면 함께 자주 만나는 개념들이 있다.
같은 시점이나 같은 조건으로 유입된 고객군을 묶어서 이후 행동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월 가입자와 2월 가입자의 재구매율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건 특정 캠페인이나 유입 채널의 질을 보는 데도 유용하다.
한 번 들어온 고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보는 개념이다.
앱이든 이커머스든 결국 지속적으로 돌아오는 고객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텐션은 세그먼트 전략과 깊게 연결된다.
고객이 더 이상 방문하지 않거나 구매하지 않는 비율이다.
이 수치를 보면 어떤 세그먼트에서 이탈이 많이 발생하는지 볼 수 있다.
고객 생애가치라고 부른다.
한 고객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보는 개념이다.
획득 비용보다 LTV가 충분히 커야 건강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고객 세그먼트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이나 혜택을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다.
온사이트 캠페인과도 자주 연결된다.
고객 세분화는 생각보다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작업에 가깝다.
고객을 한 덩어리로 보지 않기
지금 상태를 정확히 보기
다음 행동을 유도할 장치를 붙이기
반응을 보고 다시 나누고 다시 설계하기
이 반복이 결국 세그먼트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쌓이면
마케팅이 감각이 아니라 구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 누구에게/ 왜/ 지금 '
이 메시지를 보내는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눠서 보기 시작하니 고객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모든 고객을 한 번에 이해하려고 하면 흐릿하지만,
비슷한 상태의 고객끼리 묶어보면
그다음 액션이 의외로 또렷해진다.
아마 이커머스가 고객을 계속 나누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고객을 잘게 쪼개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적절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고객 세분화는 고객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고객을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기 위한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