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횡단보도를 지날 때나 버스 정류장에 가면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가 지어진다. 빨강과 녹색 신호등도 있지만 점선으로 된 빨강, 녹색 신호등도 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에는 "잠시 쉬었다 가세요" 더위와 추위를 피해 갈 수 있는 그늘막이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배려의자와 온열의자가 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 아이디어와 실천 덕분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해진다.
본사 시설관리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1층부터 옥상까지 계단을 걸으며 운동도 하고 시설도 점검했다. 어느 날 각 층마다 칸막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환경미화원 가족들이 쉬는 공간이었다.
전체 휴게실이 있지만 근무 중 잠깐 쉬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조직이 순조롭게 돌아간다. 미안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각 층마다 있는 여직원 휴게실 겸 탈의실을 환경 미화원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환경미화, 경비, 운전, 시설관리, 식당 직원들을 위한 남녀 휴게실도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쉼과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번은 소규모 건설업체 대표들이 본사 앞에서 한 달 동안 시위를 했다. 확성기 소음 때문에 근무가 어려웠다. 시위 현장을 찾아가 대표들을 만났다. 하청업체가 부도나서 대금을 받지 못한 억울한 사연을 들었다.
"큰 회사를 믿고 열심히 공사를 했는데 하청을 준 회사가 부도가 나서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했으니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공사를 따내도 최저 입찰제, 하청에 재하청으로 가격하락과 대금 지연, 부도 위험 등 소규모 업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적정 가격제와 대금 선지급, 3단계 이하 재하청 금지 등 기존 제도를 개선했다.
변화는 리더의 혁신 의지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현장을 자주 찾고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자율), 나 답게 (책임), 다 같이 (협력), 작은 것부터 (혁신), 세상을 이롭게 (상생)!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