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연복 ‘상처’ 상처에 관한 단상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가슴속에 남몰래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루를 살면서도
생채기로 얼룩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거늘
아픈 상처를 감추지 말자
상처가 있어
비로소 사람인 것을
상처는 상처와 어울려
아물어 가는 것
삶은 상처다.
하루를 살아도 한 달을 살아도 상처다.
상처가 아닌 날도 상처인 날도 상처다.
돌아보면 상처가 아닌 날이 없고 돌아보면 상처라 느끼지 않았던 날도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상처라 느끼지 않았던 날조차도 상처다.
상처란 흔적을 남기는 것이고 흔적은 어딘가에 깊이 저장되어 있다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 되살아날 수 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상처가 되기까지에는 오랜 순간들이 있지만
서서히 상처는 옅어진다.
상처가 아무는 모든 순간도 삶이다.
상처를 모아 만든 삶이라는 공간 속에
오늘도 우주의 먼지가 되어 상처 안에 떠돌고 있지만
그 상처를 이겨나가기 위해 오늘도 애쓰면
우주의 그 먼지가 좋은 방향으로 좋은 향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처의 자리가 크기 전에 상처를 봉합하려는 진지한 내면의 자세를 키우고자 한다.
오늘도 상처가 난 자리가 조금씩 콕콕 찌르고 있지만 언젠가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로운 것처럼 상처가 향기롭게 빛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