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3)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연복 ‘상처’ 상처에 관한 단상

by 김승희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상처 / 정연복


가슴속에 남몰래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루를 살면서도

생채기로 얼룩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거늘


아픈 상처를 감추지 말자

상처가 있어

비로소 사람인 것을


상처는 상처와 어울려

아물어 가는 것



상처에 관한 단상


삶은 상처다.

하루를 살아도 한 달을 살아도 상처다.

상처가 아닌 날도 상처인 날도 상처다.

돌아보면 상처가 아닌 날이 없고 돌아보면 상처라 느끼지 않았던 날도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상처라 느끼지 않았던 날조차도 상처다.

상처란 흔적을 남기는 것이고 흔적은 어딘가에 깊이 저장되어 있다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 되살아날 수 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상처가 되기까지에는 오랜 순간들이 있지만

서서히 상처는 옅어진다.

상처가 아무는 모든 순간도 삶이다.

상처를 모아 만든 삶이라는 공간 속에

오늘도 우주의 먼지가 되어 상처 안에 떠돌고 있지만

그 상처를 이겨나가기 위해 오늘도 애쓰면

우주의 그 먼지가 좋은 방향으로 좋은 향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처의 자리가 크기 전에 상처를 봉합하려는 진지한 내면의 자세를 키우고자 한다.

오늘도 상처가 난 자리가 조금씩 콕콕 찌르고 있지만 언젠가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로운 것처럼 상처가 향기롭게 빛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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