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첫 번째 이야기
세상에 완벽한 날이 있을까? 아니 완벽한 날들이 과연 있을까?라는 물음에 ‘그래! 완벽한 인생은 없지만 완벽한 날들이 있어’라고 답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퍼펙트 데이즈’다. ‘완벽한 날들’이 궁금한 사람들, 삶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모든 날들이 엉망이야 말하는 이에게 ‘완벽한 날이란 어떤 특별하고 완벽한 날이 아니라 내가 지금 살아가는 그 하루가 그 순간이 완벽한 날이고, 그 순간의 기쁨과 행복함을 충만하게 느낄 때 그것이 바로 완벽한 날이고 완벽한 날들’이라고 영화는 속삭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래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자. 일렁이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햇살처럼 지금 이 순간을 느끼자’ 읊조리며 영화의 여운 속에 오래 머물게 된다.
1. 반복적인 일상, 결코 반복적이지 않은
도쿄 공중 화장실의 청소부인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하루는 빗질하는 소리에 기상해서 이부자리를 개고, 양치질과 면도를 한 후, 화초에 물을 준다. 문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보고 미소 짓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오른다. 차에 오르고는 테이프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 그리고 공중 화장실을 다니며 깨끗하게 청소한 후 신사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우유와 샌드위치, 그리고 필름 카메라를 들고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살을 찍는다. 집에 오고 나서 목욕탕에서 샤워한 후 자전거를 타고 늘 가던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잠이 든다. 배우의 대사가 거의 없이 반복적인 하루의 일상을 보여준다. 3일 정도 반복된 일상을 보다 보니 외울 정도가 되었는데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다. 나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기에 지극히 공감이 되기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반복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읽었던 책이 바뀌고, 출근하면서 듣는 음악이 다르고, 그가 바라보는 풍경 또한 똑같지만 다르며 그가 찍는 나무 위 햇살도 또한 똑같지는 않다. 특히나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와 오랜만에 방문한 조카와 여동생, 그리고 단골 가게 여사장님의 전남편까지 그의 일상의 삶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조금씩의 감정의 변화와 어떤 일들이 생긴다. 그렇게 영화는 반복된 일상이지만 결코 반복적이지 않은 그의 일상을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도 반복적인 것 같지만 그 어떤 날도 같은 날은 없다. 그러기에 영화도 나의 삶도 지루하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일상이 반복될 뿐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큰 사건이 생겨서 히라야마에게 새로운 뭔가가 있거나 또는 왜 이런 삶을 사는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결코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결국 자신의 일터로 향하는 히라야마의 만감이 교차되는 얼굴로 끝이 난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누구나 굴곡진 인생이 있고 어쩌면 원하지 않은 인생의 한가운데 놓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지금의 삶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것을 뒤로하고 지금의 인생에서 성실하게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다. 정말 특별한 인생, 별난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완벽한 인생이 있을까? 다만 그 일상을 살아가는 완벽한 날들이 있을 뿐이다.
2. 화장실 공공 프로젝트가 아름다운 영화로, 히라야마로 더욱 빛이 나는
공중 화장실의 청소부가 영화의 주인공이기에 당연히 화장실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유독 영화를 보면서 화장실에 눈이 갔다. 화장실 하나하나 외형적 모습이 인상적이고 각각의 화장실마다 특색이 있어서 새로웠는데, 영화 속 화장실은 2020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추진된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일본의 유명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해 시부야구에 위치한 17개의 공중화장실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공중 화장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던 중 독일의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화장실 공공 프로젝트가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로 탄생이 됐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어쨌든 이 영화와 관련된 이런 내용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영화 자체만으로도 화장실 건물은 흥미로웠고 특히나 화장실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히라야마의 손길에서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더욱 새롭고 빛이 났다.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물어보는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히라야마로 인해 신기한 화장실이구나 탄성이 나왔다. 또한 화장실을 청소하다가도 사람이 오면 조용히 뒤에서 대기하는 히라야마의 태도에서, 화장실 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안심시키며 데리고 나오는 히라야마의 따뜻함에서 화장실이란 공간이 더욱 빛이 났고, 히라야마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의 손을 물휴지로 닦아내는 아이의 엄마를 통해 청소부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각까지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화장실을 더욱 빛이 나게 한 것은 히라야마의 청소하는 모습 그 자체이다. 이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임을 히라야마는 온몸으로 보여준다. “금방 더러워질 텐데 왜 그렇게 청소하냐”는 동료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히라야마는 보는 이 하나 없이도 너무나 성실하게 일한다. 바로 이 모습이야말로 화장실이 어떤 공간임을 말해줌과 동시에 바로 이 모습이 우리의 일터에서 임해야 하는 진정한 태도임을 깨닫는다. ‘태도가 본질이다’는 말처럼 히라야마의 성실한 태도를 통해 그의 장인 정신을 배우고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를 진심으로 배우게 된다.
사실 히라야마는 지금 이 일이 그의 직업이 아닐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 있다. 히라야마의 과거에 대해 자세하게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히라야마에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조카의 출현과 그로 인해 여동생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데, 여동생이 타고 온 차나 선물로 가져온 초콜릿 그리고 정말 청소하는 일을 하느냐는 물음을 본다면 히라야마는 부유한 집안에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와의 안 좋은 일들, 그 외 어떤 일로 인해 부득이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살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쩌랴.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듯이 히라야마의 삶도 사연이 많았겠지만 지금 일에 만족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인생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삼촌은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속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세상에 속해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세상이든 충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히라야마가 여동생을 만나 눈물을 흘리며 만감이 교차되는 것처럼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그 어떤 인생이 더 나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인생이든 그 인생을 충만하게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히라야마의 마지막 얼굴이다. 히라야마의 출근길 항상 그랬듯이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은 우는 듯 웃는 듯한 만감이 교차된 표정을 짓는데, 그것이 우리의 모든 인생을 함축한 표정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선택한 지금의 인생을 받아들이며 오늘도 일하러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오늘도 아침노을을 바라보며 일터로 나가는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