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5)

구상 '꽃자리'

by 김승희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나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어느 순간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누군가 이별을 할 때 손 편지를 쓰면서 이 시를 자주 인용하게 된다. 바로 구상의 ‘꽃자리’라는 시다.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바로 그 자리가 꽃자리’라는 이 부분이 너무 강렬하여서 그런지 떠나는 그 사람에게도 남아 있는 나에게도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 이 역할이 특히나 힘들고 다른 뭔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지금 감옥 속에 갇혀 있고, 쇠사슬에 매여 있고 동아줄에 묶여서 꼼짝할 수 없는 굴레 속에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특히나 내가 하기에 너무 버겁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이 바쁘다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네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네가 이 자리에 있지 않으면 뭐 하고 있겠니’라고 물어본다면 감히 상상이 되지 않고 자신 있게 대답할 그 어떤 말도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나마 내가 이것을 하고 있기에, 이 자리에 있기에 내가 지금까지 존재해 있고 살아올 수 있었구나 감사하며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 이곳이 꽃자리이고, 나의 삶의 보람과 기쁨을 주는 곳이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오늘도 내가 앉은 이 자리를 꽃자리로 여기며 감사함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2월의 시작과 함께 또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 떠나는 누군가에게 이 시를 남기며 어느 곳에 있든지 꽃자리임을 기억하며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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