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은 기쁨(4)

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by 김승희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 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모든 순간이 꽃봉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누구나 힘든 인생을 살고 있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힘든 순간, 인생의 가장 나락과 같은 벼랑 끝 상황을 우리는 때때로 경험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순간,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을 그래도 살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힘겨운 순간, 힘이 되는 시가 바로 정현종 시인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이다.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처럼 그렇게 살아봐야지,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시를 읊조리는 동안 가볍게 떠오르기에 위해 준비된 공처럼 마음 안에서 솟아오르는 뭔가가 생긴다.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말이다. 당장 상황이나 환경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상황과 환경을 바라보는 내면이 통통 튀는 공처럼 부풀어 오르며 단단해지고 환경과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다. 땅보다는 위를 바라보며 날아오르게 된다. 마치 날개 치며 솟아오르는 독수리처럼. 그런 마음가짐으로 힘든 순간을, 고달픈 인생을 흔들리면서도 통통 튀며 이겨나가기를 소망한다.


또한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사랑하면서 그 순간을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갈 때 피어나는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이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면 견디기 어렵고 힘든 순간들도 조금씩 조금씩 희미해져 가지 않을까. 2025년 설날을 앞두고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니 후회되는 일들이,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려진다. 그러나 그런 순간만이 아니라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들도 동시에 떠올려진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2025년도 그런 날들이지 않을까 싶다. 365일 그리 다르지 않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임을 마음에 인식하며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사랑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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