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최근 CCM을 듣는데 ‘내 노래가 상한 영혼 일으켜 다시 살게 하는 노래가 되길’이라는 가사가 깊이 다가왔다. 상한 영혼이라는 말도 그렇거니와 노래를 통해 상한 영혼을 일으켜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그 말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지난주 처음 보는 시험으로 인해 너무 떨린다며 힘들어하는 문자 메시지와 부모님과의 불화로 집 주위를 맴돌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며 방황하는 누군가를 위해 위로를 부탁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받고 급하게 그들을 위로할 뭔가를 찾고 있을 때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고, 오늘도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힘겹게 고통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상한 영혼들을 위해 이 시를 조용히 읊조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영원한 눈물이란 없고, 영원한 비탄이란 없다.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올지라도 그 어둠의 순간도 끝이 있는 날이 있기에 고통과 마주하며 고통과 설움의 땅을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우뚝 서기를 소망한다. 중요한 것은 마주 잡을 손, 고통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누군가가 우리 삶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기에 나 혼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 걱정해 주는 나의 친구, 나의 가족, 나의 구원자가 있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결코 서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이 돋는 것처럼 현재 내가 밑둥이 잘린 상황일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뿌리 깊게 내면의 강한 힘을 키우기를 바란다. 지금의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한 진정한 내면의 강한 의지를 가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진정 슬픔의 상황에 고립되고 매몰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순간일지라도 잠잠히 인내하고 인내한다면 분명 어둠의 터널은 지나고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다. 시련의 끝을 향하여 담대히 나아간다면 ‘지는 해’가 문제일 수 있겠는가?
오늘도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는 상한 영혼들이여, 세상의 상처 받은 상한 갈대들이여 지금 일어나 가서 외치기를, 담대하게 맞서 싸우기를, 진심으로 승리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