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17)

윤동주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by 김승희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은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 가겠습니다.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이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도 숨이 막히고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속히 이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러다 문득 이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온다면 과연 나는 어떤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 떠올랐던 시가 바로 윤동주의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다. 단순히 다가올 가을을 넘어 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시인이 물어볼 그 물음들을 자신에게도 해본다면 조금은 더 가치 있는 인생의 가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물음 -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

두 번째 물음 -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

세 번째 물음 -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

네 번째 물음 -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

다섯 번째 물음-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냐?


물음들을 나열해 보니 이 물음들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들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 물음의 시작이 무엇보다 ‘사람들을 사랑했느냐’라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삶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데 과연 나는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가 싶다. 사랑의 시작도 사랑의 중간도 사랑의 끝도 참으로 오래 참고 참는 것인데, 순간순간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바라보기보다는 나만을 바라보며 나의 감정과 나의 상황에 치우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기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날카롭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나 싶다. 돌아보면 얼마나 부끄러운지. 시인의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아야겠다.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이 아니라 위로하고 배려하는, 힘이 되는, 빛이 되는 말을 하며 살아가야겠다. 또한 내가 살아가는 삶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며 무엇보다 결실의 가을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 가야겠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기 전에 무엇보다 마음 밭을 일구는 것,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힘쓰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흔들리는 세상 속에 절망하지 않고 어떤 유혹에도 변함없이 세상을 올곧게 살 수 있는 삶의 원리가 될 것이다. 좋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말과 행동으로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기를 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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