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노노케 히메’
오래전 보고 최근에 다시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를 보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영화에 대한, 인간에 대한, 자연에 대한 감독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한없는 이기심을 가진 인간의 무한한 욕심과 전쟁의 폭력 그로 인해 아파하고 파괴되는 숲, 그리고 분노하는 숲의 신들, 결국 갈등과 대립은 모두가 멸망하는 길일 수밖에 없다. 서로의 이기심에 분노하며 싸우는 것은 모두가 자멸하는 길일뿐이다. 결국은 함께 살아가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생명은 살아 있음으로 인해 신비로운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존중과 희생이다. 사슴신의 희생과 생명, 한없이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이지만 자연의 회복을 위해 희생하는 인간이 있기에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살아간다는 것은 소중한 것이며 특히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그 위대한 자연을 보존하는 것과 또한 희생을 감수하며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초반 거대하고 웅장한 숲, 고요한 마을도 잠시 산을 움직이는 거대한 움직임, 분노의 재앙신, 멧돼지 신 나고의 엄청난 분노의 돌진과 그를 막으려는 에미시족의 후계자인 아시타카의 거침없는 몸짓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몰입하게 한다. 특히나 엄청난 분노로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재앙신의 모습은 왜 이런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자신의 몸을 던지는 아시타카는 단순히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무모한 싸움이 아니라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지도자로서의 헌신이며 결국 재앙신에 의해 자신의 몸에 깊은 상처를 입지만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용기야말로 이 시대의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도전과 헌신이 아닐까? 저주받은 상처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지만 그 운명과도 같은 것을 거스르며 혹시라도 나을 방법을 찾아 서쪽으로 떠나는 아시타카의 모습은 거대한 자연이 파괴되어 가는 현재의 상황이 무엇인지를 탐구할 뿐만 아니라 삶의 아픔에 쓰러지지 않고 도전하며 살기 위해 힘쓰는 인간의 선한 면을 보게 된다.
서쪽으로 떠난 아시타카가 만나게 되는 타타라 마을과 그 마을을 이끄는 여성 지도자 에보시. 특히 철을 생산하며 무기를 만드는 제철소 마을로 인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과 처음에 재앙신이 되었던 나고 신이 에보시가 쏜 총에 맞아 결국 치명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에보시가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나병 환자들을 돌보고 건장한 여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연을 파괴하는 에보시를 죽이기 위해 들개와 살아가며 인간을 싫어하는 모노노케 히메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의 싸움을 말리던 아시타카는 그곳에서 부상을 입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노노케 히메, 산의 도움을 입어 사슴신이 사는 곳에 오게 되고 결국 사슴신이 아시타카의 상처를 낫게 해 준다. 한편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을 더 이상 볼 수 없으며 죽음을 맞이했던 나고를 생각하며 인간과 싸움을 하려 하는 멧돼지 신들과 인간들의 싸움은 더욱더 갈등으로 치닫는다. 인간의 이기심은 끝도 없어 불로장생을 꿈꾸는 인간들은 사슴신의 머리를 꿈꾸며 사슴신을 잡기 위해 에보시를 비롯한 무사들이 사슴신을 잡으려고 힘을 쓴다. 결국 사슴신의 머리를 쏘고 그 머리를 가지고 가려하는 인간들, 그리고 그런 인간들에 분노하며 모든 것을 죽음으로 물들게 하려 하는 사슴신을 위해 온몸으로 희생하는 아시타카와 산의 도움으로 사슴신은 자신의 머리를 되찾고 결국은 자기 몸을 불태워 죽음에 이르게 된 자연을 아름답게 복원한다. 사슴신의 희생과 생명을 회복하는 자연, 그리고 죽음의 저주의 상처를 회복하는 아시타카, 결국 아시타카와 산은 함께 살아가지는 않지만 아시타카는 아시타카대로 산은 산대로 살아가기로 하고 다시 만날 날을 이야기한다.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온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영화는 자연과 인간의 대립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버려진 산이지만 그 산을 거두며 살아가는 들개들, 그리고 자기를 키워준 들개를 어머니로 여기고, 인간을 싫어하는 모노노케 히메는 누구보다 자연의 편에서 살아간다. 산을 돌보는 들개는 아시타카에게 여기를 떠나라 말하면서도 인간인 아사타카를 돕는다. 에보시 또한 악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간이지만 나병 환자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아시타카 역시 들개에 의해 죽을 뻔하지만 에보시를 살려내고, 자신을 살려준 사슴신이 위기 앞에 있을 때 끝까지 헌신하며 사슴신의 머리를 돌려준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는 것은 결국 함께 공존하기 위한 존중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은 결국 인간이 스스로 망하는 길임을 우리는 느껴야 한다. 자연을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자연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임을 느끼며 탐욕과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과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가치를 되새겼으면 한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나는 누구와 닮았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바라기는 신비롭고 생명력 넘치는 건강한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