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寓話)의 강(江) 1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며칠 전 읽은 책에 나온 글이 계속 마음속에 맴돌았다.
‘누구나 있다.
가슴 깊이 파고들어 지지 않는 꽃이 된 문장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주는 그 무엇이. (이기주, 『한때 소중했던 것들』 중에서)’라는 글이었는데 특히나 ‘가슴 깊이 파고들어 지지 않는 꽃이 된 문장’이라는 표현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나에게 꽃이 된 문장이 뭐가 있지. 뭐가 있을까 한참이나 떠올렸을 때 마음에 다가오는 시가 있었다. 바로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 1’이라는 시였다.
위 시를 읽으면서 ‘그래 맞아 그렇지’라며 손뼉을 쳤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특히나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면 꼭 위 시를 떠올렸던 것 같다. 위 시를 처음 언제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시를 읽을 때 너무나 좋아서 필사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위 문장들을 적으며 참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었을까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위 시로 편지를 쓰거나 위 시를 인용해서 작별 인사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후로 사는 것이 바빠서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연락도 못한 채 너무나 바쁘게 지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바빴을까 싶기는 하지만 만남의 순간들을 잊은 채 그냥 그냥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어느 날 잘 지내는지 문자를 보니 그때 내가 읊었던 시 생각이 나고 어딘가에서도 여전히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을 그들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긴말하지 않아도 만나면 금방 어제 만난 듯 다정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볍지 않듯이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만남의 순간을 지속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 인연의 시간들을 더욱 귀히 여기며 감사하게 그들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을 살아가며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들 그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