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 (감독:이창동, 배우:윤정희)
시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평소 시를 좋아하고 시 읽기를 즐기는 내가 왜 이렇게 ‘시’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최근에야 보게 된 영화 ‘시’는 다시 한번 고통스러운 세상에, 시가 죽어가는 세상에 왜 시가 있어야 하는지, 왜 영화가 존재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또한 아름다움이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가장 슬프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우리 삶에 존재하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고, 그런 삶을 건져 올리는 것이 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 안에 놓인 수많은 아픔과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다. 고통과 아름다운 삶의 변주곡이라 할까?
그것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이 시를 배우는 수업에서 수강생이 ‘내 인생에 아름다웠던 순간’을 고백했던 내용들이다.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 살 때 할머니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었던 순간,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반지하에서 살다가 20년 임대아파트로 갔을 때, 성당 나뭇잎을 쓸면서 행복하게 느꼈던 순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스럽지만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특히 주인공 미자(윤정희)가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서 일곱 살 난 언니가 자신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손뼉을 칠 때 언니가 나를 너무 예뻐한다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고 행복하다고 말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행복한 순간이 아닌 자신에게 놓인 무수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찬란한 순간이며 또한 가장 고통의 순간도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시 쓰기 수업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한 편의 시를 창작하는 숙제를 내주지만 결국 한 편의 시를 창작하며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미자 단 한 사람뿐이다. 왜 시를 못 썼느냐는 강사님의 질문에 어려워서라고 답할 때, 강사님은 시를 쓰려고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어렵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완성된 시를 쓰기 위해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진심으로 대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영화는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영화는 현실에서 고통을 겪는 미자가 -- 간병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65세로 이혼한 딸이 부산에서 살고 있어서 중학교 3학년 손자를 키우고 있다. 거기다 지금 알츠하이머가 시작되어 단어들을 잃어가고 있고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자살을 했는데, 그 자살한 여학생의 일기에서 6명의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중의 한 명이 손자 종욱(이다윗)이다. 그런데 학교와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6명의 아이들을 벌하기보다 이 일을 쉬쉬하며 피해자 부모와 합의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합의금 500만 원이 미자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고통과 아픔의 순간에도 시 쓰기 수업을 받으면서 시에 대해 알아가고 시를 쓰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완성된 시를 남기고 사라진 미자의 모습을 통해 시가 죽어가는 세상 속에서도 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시가 외면의 아름다움을 건져내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공감하면서 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강물에서 놀고 있는데, 흐르는 강물에 천천히 시체가 떠내려오고 떠내려오는 시체 바로 옆으로 ‘시’라는 영화 제목이 놓인 것이다. 찬란한 아름다움을 떠올렸던 시의 제목과 너무나 아이러니한 죽음이 연계되며 시와 죽음, 죽음과 시를 영화가 말하고 있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특히 시가 죽은 세상에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 굉장히 소중하다고 말하는 대사를 통해 시가 죽어 가는 세상이지만 결국 시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죽은 이의 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미자와 자살에 이르도록 여학생을 아프게 했던 손자가 결국 경찰에 가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죽은 여학생의 아픔을 생각해 아픔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자의 완성된 시를 통해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를 쓰는 아름다움의 삶을 여전히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삶은 언제나 고통이며 우리는 고통 속에서 누군가를 외면하며 살아갈 때가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존재하는 모든 고통을 우리 스스로 외면해 버린다면 우리는 이 험한 세상을 너무나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은 존재하며, 우리는 삶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진정한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오늘도 주어진 삶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