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22)

도종환 '소리', '흔들리며 피는 꽃'

by 김승희

소리 / 도종환


몸은 지쳐 쫓아가지 못하는데

마음만 말을 타고 구만 리를 앞서가다

몸은 마음을 잃고

마음은 몸을 놓쳐

혼곤한 몸과 마음을 누이고

쓰러져 있을 때

당신도 이 소리를 듣게 될는지 모른다

오늘 당신이 쏟아붓는 이 소리를

덜컹거리는 가슴으로 듣게 될는지 모른다

실천할 수 있는 만큼만 소리쳐라

몸이 쫓아가는 만큼만 정직하게 소리쳐라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서관을 나오다 한쪽 구석에 꽂혀 있는 시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 한 속에 잡힐 듯이 나온 책이 도종환 시인의 시집 『흔들리는 피는 꽃』이다. ‘흔들리는 피는 꽃’이라는 워낙 잘 알려진 시라 한 번 더 읽어야지 하면서 시집을 펼치다 ‘소리’라는 시를 만났을 때 가슴에 큰 울림으로 노트에 옮겼다.

실천할 수 있는 만큼만 소리쳐라.

몸이 쫓아가는 만큼만 정직하게 소리쳐라.


무수한 소리들로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허공을 울리는 소리, 영향력 없는 소리 나 역시 그런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실천 없는 소리들로 너무나 분노가 차오를 때가 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소리만 크게 낼뿐 전혀 변하지 않는 행동과 모습을 볼 때면 화가 나기도 한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소리,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소리, 정직과 책임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소리들이 마치 나를 기만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소리가 아닌 소음으로 마음이 어지럽고, 누군가를 헐뜯는 소리들로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진정으로 마음에도 없는 요란한 소리들이 난무한 세상 속에서 진정 그 소리들이 어떠해야 하는지 되묻게 된다.

그 소리에 힘이 있으려면, 그 소리가 진정으로 느껴지려면, 그 소리에 맞는 행동과 실천 그 소리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소리를 낼 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소리를 낼 때는 그 소리가 미치는 영향력과 실천력을 고려하며 소리를 내야 한다. 가볍게 스치듯 그냥 소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알고 진실되게 소리내야 한다. 바라기는 내면에서 울리는 진정한 소리, 남들을 위해 배려하는 소리, 몸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의 소리들이 세상 곳곳에서 들렸으면 좋겠다. 실천할 수 있는 만큼만 소리치고, 몸이 쫓아가는 만큼만 정직하게 소리친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스스로도 그런 소리를 내기 위해 몸도 마음도 바로잡아 본다.


그리고 조용히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읊조려 본다. 언제 읽어도 좋은 시다. 특히 온갖 시험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광야의 시간을 보내며 방황하는 이들을 볼 때면 말해 주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모든 꽃들이 흔들리며 피듯이 너도, 나도 흔들리며 꽃을 피우고 있기에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 흔들리는 세상, 광야 같은 세상에 한 줄기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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