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희생, 헌신에 감추어진 비밀 이야기

영화 ‘더 와이프’

by 김승희

한 사람의 위대한 업적 뒤에는 그 사람 뒤에 보이지 않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손길이 있다. 어쩌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람보다 그 뒤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헌신과 희생을 묵묵히 하는 존재의 자발적 선택이든 어쩔 수 없는 타협이든, 강요당한 헌신과 희생이든 중요한 것은 타인과 세상이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비밀과 진실이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비밀과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 ‘더 와이프’는 위대한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 남편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과 남편을 위해 사랑으로 희생하고 헌신한 아내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즈)의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제목이 노벨 문학상을 탄 위대한 작가 남편에 있지 않고, 그녀의 아내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와이프’인가? 그 아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비밀과 진실이 그 부부에게 있기 때문이며, 남편이 노벨 문학상을 받게 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아내의 복잡한 심리가 이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노벨 문학상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부부가 드디어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침대에서 뛸 듯이 기뻐하며 “내가 노벨상을 받았다, 내가 노벨상을 받았다”라고 기뻐한다. 그런데 기뻐하는 남편과 달리 돌연 샤워를 하기 위해 아내가 내려온다. 남편을 치켜세우며 뛸 듯이 기뻐할 것 같은데 두 번 뛰고 내려오는 아내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지만,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것이 아내의 복잡한 마음이자 그녀의 마음의 균열을 정말 잘 보여주는 나여도 그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멋진 영화의 첫 장면이었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남편이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해 스톡홀름에 가서 이루어지는 그 과정을 담았고, 그 과정에서 아내와 남편 사이에 있었던 충격적인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들 부부는 1950년 후반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와 학생으로 만났다. 교수는 이미 결혼을 한 유부남이었고, 학생이었던 조안은 굉장히 글을 잘 쓰는 글쓰기가 삶이라고 얘기하는 학생이었다. 조안의 글에 관심이 있었던 교수는 자신의 아기를 봐 달라고 하며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되고 부부가 된다. 조안은 출판사에서 사무원으로 일을 하고 남편은 작가로 글을 쓰지만 글을 쓰는 솜씨가 뛰어나지 않았던 남편의 글을 출판하기에는 문제가 있었고, 결국 그 글을 조안이 고치며 드디어 남편 조셉의 이름으로 책이 출간하게 된다. 이후 조안은 남편의 대필 작가로 활동하며 8시간 이상 글에 매달렸고, 결국 그 글이 지금의 영예로운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이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남편은 그동안 불륜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고통의 상황을 사실 아내 조안은 글로 표현했던 것이다. 물론 조안이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글을 쓰지 못하게 된 배경에는 1960년대 당시 여성 작가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작가로서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한 사회적 배경에서 사랑하는 남편도 잃지 않은 아내 조안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 선택이 그녀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남편의 대필 작가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그녀였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남편의 보여주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대사와 행동들로 인해 지금까지 그림자처럼 살아왔던 그녀의 삶에 균열이 생기며 그렇게 살아왔던 그녀를 뒤흔들며 폭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조안은 남편에게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빼달라고 부탁하며 단순히 남편을 위해 고생한 아내라고 하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셉은 아내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수상의 기쁨을 나누며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영원한 뮤즈인 아내를 얘기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마음의 큰 요동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가고 그렇게 나온 두 사람은 숙소에서 충격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던 것이고, 아내 조안은 남편을 떠나겠다고 한다. 그때 남편이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고 나를 사랑하냐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남편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동안 남편의 전기를 쓰고 싶어 하며 그들 부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작가에게 그녀가 남편 대신 글을 썼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니고 남편의 재능을 모함했다가는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남편의 명예를 지킨 그녀는 아들과 함께 돌아오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글을 쓰는 공책의 마지막 부분을 넘겨 비어 있는 부분을 만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남편의 명예를 지키며 돌아오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남편을 사랑했고, 사랑하던 남편을 내조하며 글을 썼던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히 책을 내지는 못했지만 남편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결국 그녀의 글이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로서의 그녀의 이름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녀는 글을 쓰는 작가로 인정을 받은 것이고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로서 많은 고통과 시련을 거쳤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명예를 지킨 아내인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지키며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시련. 그것을 글로 풀어냈던 그녀의 한 많은 삶은 가정을 지키고 사랑을 지킨 그녀의 눈물겨운 헌신일 수 있겠다. 또한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그 시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시대가 달라졌고, 여성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시대의 굴레 속에 재능이 사장되는 시대가 아니고 누구든지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연히 할 수 있는 시대 속에 살고 있기에 아내로서, 가정을 지키는 삶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자아를 지키는 삶을 산다는 것 역시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기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또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녀가 글을 쓰는 공책의 마지막 부분을 넘겨 비어 있는 부분을 만질 때 그녀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보면 앞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진정한 작가로서의 그녀의 삶을 기대해 보게 된다.


또한 위대한 업적 뒤에 감추어져 있는 충격적인 일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창작의 고통이 물론 있다. 우리는 그 창작의 고통과 놀라운 상상력과 표현력에 존경을 표한다. 그런데 여전히 대필, 표절 등 종종 나오는 이런 일들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된다. 표절과 대필 등 누군가에 의해서 받게 되는 성공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고, 성공한 사람도 성공을 대신하게 했던 사람도 마음의 균열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라기는 각자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랑하고 지키며 진실하게 참되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아내의 역할을 너무나도 멋지게 연기한 글렌 클로즈 배우는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내공이 느껴지는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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