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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P초등교사가 보는 우리나라 교육

언어의 힘, 작은 변화

by 가생이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보통 직업을 써서 많이 냅니다. 우리 반 아이가 그런 식으로 써왔다면 저는 다시 써오라고 합니다.


장래희망은 대한민국에서 통상적으로 미래에 본인이 갖고 싶은 직업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해석일까요?

영어로 검색하면 장래희망은 <a future dream about what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입니다. 우리가 생각한 대로라면 job이나 work 이어야 할 텐데요. 생각하는 의미가 많이 다르죠?

언어에는 힘이 있다고 하죠? 장래희망에 직업을 써와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자라온 우리 세대들에겐. 어쩌면 그 단어가 곧 직업과 다름없다,, 생계수단이 곧 희망이라는 단어에 빗대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급속한 발전과 경쟁 속에서 견뎌내고 살아왔단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한테는 좀 더 여유 있고, 낭만 있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단어가 가진 언어의 힘을 무시하고 사용하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무엇이 생겨날까요?.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 보면 영악하다고 말씀들 많이 하는데, 단언컨대,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이 쓰는 단어나 표현,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장래희망에 고작 직업하나만 써낸다면 그 친군 그 희망이 얼마나 낭만 없고 삭막한 지 깨달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장래희망 써오라고 하면 반드시 앞에 한 단어나 한 문장을 추가해오라 고합니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간호사, 남을 기쁘게 해주는 요리사, 약한 사람을 지켜주는 경찰>이런 식으로 요.

간호사, 요리사, 경찰이 못 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에 말을 추가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된다고 하더라도, 꽤나 낭만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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