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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쉽게 읽기 14) 정당, 여당과 야당

집권 세력과 견제 세력

by 김광민

정당이 가지는 두 번째 기능은 정부의 조직과 통제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통치권을 확보한다. 정당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정당의 핵심 목표는 선거에서의 승리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령과 정책을 제시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집권당이 되어 정부를 구성하여 국가 조직을 통제하며 정책을 주도한다. 반면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야당이 되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며 집권당과 다른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내각제에서는 정당이 직접 통치행위의 주체가 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통치행위의 주체는 대통령이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당은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고 의회에서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통치행위에 참여한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2022년 3월 10일 윤석열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인수위 기간을 거쳐 윤석열의 임기는 2022년 5월 10일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은 주로 대선캠프와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 출신들로 구성되었다. 대표적으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등 주요 내각 인사들이 모두 한나라당 도는 대선캠프 출신이었다.


tempImagerZF0gx.heic 윤석열 정부는 측근 인사들로만 내각을 구성했다. 내각 인사의 자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은 "전 정권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나"며 대답해 공분을 샀다. 사진=중앙일보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그를 내세워 대통령 선거를 치른 한나라당은 윤석열의 당선으로 집권 여당이 되었다. 그렇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조화를 맞춰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역이나 출신의 편중을 지적하는 여론은 있어도 야당 인사를 기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지는 않았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과 발맞춰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정당 정치의 당연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낙선으로 야당이 된 민주당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며 집권당과 다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특히 야당의 의석수가 여당보다 많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야당의 견제 기능은 도드라졌다.


여소야대의 극한 대립


야당이 의회를 장악한 후 정부를 견제하는 과정은, 특히 22대 국회에서 도드라졌다. 제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국회 원 구성과 의사일정을 주도하며 국회를 장악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2024년 4월 10일에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포함하여 총 175석을 차지하며 단독으로 과반 의석(151석)을 훌쩍 넘겼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합쳐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러한 압도적인 의석수 차이는 민주당이 국회 내 모든 표결에서 여당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되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 표결로 선출된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활용하여 국회의장직을 차지했으며, 관례적으로 여당과 나누었던 주요 상임위원장직 배분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


개원 초기,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운영위) 위원장직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법사위는 법안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고,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기 때문에 두 상임위 모두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거대 야당의 국회 장악


민주당은 "국민의 뜻"과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이는 여당의 반발 속에서 본회의 표결을 강행한 결과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거부했지만, 수적 열세로 인해 이를 막을 실질적인 방법은 없었다. 결국 협상 장기화에 따른 국정 공백 비판 여론에 밀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직을 받는 것으로 합의하며 원 구성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핵심 상임위원장을 모두 장악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신속하게 심사하고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권 후반 채상병 특검법을 포함한 주요 법안의 발의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적으로 대립한 ‘거부권 정국’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tempImageJjoFlU.heic 윤석열 정부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는 결국 여야 간 극한 대립을 야기했다. 사진 = 연합뉴스


민주당은 장악한 국회 권력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채상병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및 법사위원장 권한을 활용하여 '채상병 특검법'을 신속하게 본회의에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협치가 아닌 거부권을 선택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은 재표결을 시도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비록 재표결에서는 부결되었지만,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특검법을 재발의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기반으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과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국회를 이끌어 나갔다.


거부권 정국은 대통령제에서 집권 여당과 야당의 역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야당은 정부를 견제하고 정부·여당과 다른 정책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반면 여당은 정부와 발맞춰 정책을 집행하며 국가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만약 여론이 여당이 아닌 야당을 선택하게 된다면 집권 여당이 국회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여소야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통치행위는 입법과 예산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야당이 국회를 장악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의 통치행위는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 여소야대의 제약을 극복하고 국가를 통치하는 것 역시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1대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여소야대 정국은 22대 국회로까지 이어졌고, 결국은 거부권 정국이라는 국회와 정부 간 극한의 대치 상태로까지 이어졌다.


쿠데타, 정당 정치의 거부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은 야당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 나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 쿠데타를 통해 야당을 탄압하고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시도했다. 그 결과 윤석열은 내란수괴 혐의로 임기 중 체포된 최초의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정당 정치를 인정하지 않은 윤석열에게 선택지는 쿠데타가 전부였을 것이다. 정당 정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제도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내란과 구속은 그것을 거부하고는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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