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얼마나 큰가
뇌는 하늘보다 넓어라
옆으로 펼치면 그 안에
하늘이 쉬 들어오고
그 옆에 당신마저 안긴다
뇌는 바다보다 깊어라
깊이 담그면 아주 푸르게
그 속에 바다가 다
물통 속 스펀지처럼 담긴다
뇌는 신神처럼 무거워라
무게를 나란히 달면
다르다 해도
음절과 음성 차이 정도나 될까
에밀리 디킨슨의「하늘보다도 넓은 뇌」란 시이다. 뇌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그만큼 뇌는 놀랍도록 넓고 깊다. 왜 그럴까?
뇌의 무게, 1,350그램
나이 들어 뇌가 줄어든다고 해도 1,200그램 정도 된다. 그럼에도 인간의 뇌가 디킨슨의 시처럼 평가받는 이유는 생각이 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그의 책『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뇌는 "생각하는 뇌"이기에 위대하고 소小우주(파스칼은 '소小의 무한'이라 했다)라 불릴 만큼 광활하다.
그러면 생각, 이게 무엇인가?
생각은 범주화(categorizaton)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범주화란 구별하는 행위를 말한다. 마주치는 대상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피해를 주는 존재인지. 다가가도 좋은지 멀리해야 좋은지를 구별하는 무의식적 생존행위로부터 시작하여 꽃과 동물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내는 것들이 생각이다. 수많은 꽃들을 하나의 '꽃'이란 묶음으로 구별하는 것이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범주화는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현상이며 점점 진화한다.
생각은 뇌의 블렌딩(blending)으로 넓고 깊어진다.
생각은 뇌신경의 연결망인 정신 공간에서 일어난다. 범주화된 개념들이 블렌딩 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이 탄생한다. 블렌딩이란 여러 가지 음식재료가 섞이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여러 가지 개념들이 섞이어 상상력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뇌의 블렌딩으로 인해 뇌는 무한히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중독의 공간, "5cm 박스"란 말은 그렇게 블렌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좁다라는 의미의 5cm와 도파민회로를 의미하는 박스(갇힌다는 의미)란 개념이 정신공간에서 만나 하나의 은유가 만들어진 것이다. 난 이 은유를 만들어 생각을 하고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뇌가 상상력의 연구실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은유! 가장 강력한 생각의 도구인 은유가 사라지고 있다.
지금 뇌의 은유를 야금야금 빼앗아 가고 있는 여우 같은 존재가 '디지털 중독과 AI'가 아닐까. 중독에 의해 5cm 박스에 갇히고 AI에 의존하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은유를 잃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봐야 한다.
파스칼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위대한 것은 생각하는 갈대일 뿐 아니라 고통을 아는 갈대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박스에 갇혀 대뇌기능을 잃어가는 고통을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런 고통을 성찰하는 정상적인 대뇌를 가진 존재이기에 위대한 것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초라하다는 사실을 아는 데 있다"
파스칼의 이 말을 AI가 느낄 수 있을까?
AI가 아무리 진화한다 해도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성찰하진 못할 것이다.
생각하는 뇌는 무한하다.
어디에서 놀 것인가? 쾌락이란 5cm 도파민 박스에서?
할 수 있거든 우주에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