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는 행동을 바꾼다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그날」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었는가?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은 없는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니. 이 시를 AI가 작성했다면 믿어지겠는지. 그것도 단숨에 만들었다면.
그러나 절대 그럴 일은 없다. AI가 아무리 진화한다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다재다능한 AI가 무슨 문서든 뚝딱 만들어내는데 그깟 시 한 편쯤이야 식은 죽 먹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시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날」이란 시는 이성복 시인의 것이다. 이성복 시인의 뇌에서 나온 언어다. 뇌과학적으로 말하면 시인의 뇌에 있는 은유란 신경망에서 탄생한 언어다. AI의 데이터 망에서 뽑아져 나오는 것처럼 단번에 나오는 책상머리의 언어가 아니라, 몸이 부딪히고 넘어지고 고뇌하며 일어나기를 수 백 차례 경험하면서 얻어낸 몸의 언어다. 온 동네가 붐볐는데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았다는 모순적이면서 고통스러운 언어가 데이터에서 생성하는 언어 영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일이다. 몸으로 만들어낸 은유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 부분이 중독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이 모순적인 은유가 아프다. 참 아프다. 병들었는데 왜 아프지 않겠는가? 모두들 소리 없이 병들어가고 신음 소리를 내어도 아픈 소리로 들리지 않아서 아픈 것이다.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날'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이처럼 은유는 힘이 세다. 은유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정말 힘이 세다.
은유는 생각의 도구다. 은유는 행동을 바꾼다. 은유로 생각이 변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은유를 많이 가질수록 삶이 건강해진다. 가능한 긍정의 은유를 가질수록 뇌에 좋다. 건강한 뇌는 긍정을 원한다.
꽃은 신의 속삭임.
나의 뇌에서 만들어진 은유다. 저 은유를 만들어낸 후 내게 어떤 변화가 왔을까? 나는 꽃 한 송이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꽃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신이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꽃의 소리를 들으면 꽃이 더 이쁘다.
도파민 중독으로 아픈데 아프지 않게 보일 뿐인 뇌가 어떻게 은유를 회복할 수 있을까?
먼저 도파민 자극원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것이 스마트폰이라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부터 조금씩 실천하고 마음을 돌보고 챙기자. 그리고 뇌를 위해 걸어야 한다. 뇌운동은 걷는 것에서 시작한다. 땀이 나도록 걸어야 한다. 걷는 일상의 재미를 조금씩 느꼈으면 좋겠다. 마음에서 여유가 조금씩 느껴지면 은유가 풍부한 글(시)을 읽고 낭송하고 암기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뇌에 은유를 창출할 수 있는 신경망이 구축되고 은유적인 사고를 하게 되어 말과 글의 표현이 달라지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런 변화의 과정이 뇌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의한 것이다. 뇌신경가소성이란 기존의 신경세포로 새롭게 서로 소통하거나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의 적응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뇌의 기능과 구조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평생토록 가능한 일이다.
뇌의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하게 하는 힘! 그게 은유다. 새로운 은유를 구사하면서 뇌가 변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입구가 좁은 병 속에 팔을 집어넣고 무화과와 호두를 잔뜩 움켜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지 생각해 보라. 그 아이는 팔을 다시 빼지 못해서 울게 될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과일을 버려라. 그러면 다시 손을 빼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 너희의 욕망도 이와 같다. (에픽테토스)
쥐고 있는 손을 놓으면 손을 찾는다. 우리는 붙들고 있는 것에 붙들리게 되어 있다. 나의 눈이 무언가 붙들리어 놓지 못하고 있다면 내 눈을 찾기 위해 지금 그것에서 눈을 떼면 그만이다. 은유가 독자의 삶에서 물결처럼 일어나길 바란다. 오늘 이 글을 만난 당신에게 은유 하나를 선물하겠다.
놓으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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