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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에 무엇을 올려놓고 있는가

by 한현수

스마트폰이 나를 조정한다,


이런 착각이 들 정도로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처음엔 뭔가 경배하는 모습이었다. 손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신을 경배하는 듯한 모습. 이젠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스마트폰이 던져주는 도파민이란 먹이를 쉴 새 없이 쪼아 먹는 가축으로도 보인다. 가축처럼 본능과 버릇이 조합되어 제2 뇌(스마트폰)가 제1 뇌(자신의 뇌)를 양육하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하루에 수천 번을 만지고 평균 10분마다 한 번씩 새로운 경험과 보상을 담아주는 먹이통(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통계가 놀라지 않을 정도다. 그런 존재와 분리되면 불안하고 초조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제2 뇌에게 종속되어 가는 제1 뇌, 그게 디지털 중독이다.


지금 나의 뇌는 괜찮은 거야?


주위 환경에 무관심하게 될 정도로 스마트폰의 위력이 대단하다. 모든 일을 스마트폰 안에서 척척 해낼 수 있도록 해주고 세상 어느 곳이든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지전능의 역할은 물론 매혹적인 재미를 무한정 흘러 보내준다. 스마트폰은 하루에 수백 번 도파민이란 먹이를 던져주고 "나에게 집중해야 해"라고 요구하며 주인처럼 행세한다.


무엇보다 짧은 영상중독(숏폼중독)이 심각하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신조어가 브레인롯(Brain Rot)이다. 브레인롯은 뇌(Brain)와 썩는다(Rot)의 합성어로 숏폼중독으로 인해 집중력이 저하되고 문해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자신도 모르게 뇌를 늙게 하는 것이다.


손 위에 무엇을 올려놓고 있는가.


잠시 생각해 보자. 손이 향하는 곳이 마음이 향하는 곳이고 자신의 모습이니까.


손이 향하는 곳.jpg


신의 위치에 올라가 있는 우상. 편리함과 재미를 주는 만큼 나의 뇌를 제물로 요구하는 요물. 쉴 새 없이 경배하듯 만져야 하는 존재를 어찌할 건가.


제1 뇌의 기능을 찾아오기 위한 도파민 디톡스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에 사고영역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의 활동은 거의 없다. 게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은 멍하니 즐기기만 하면 되니 생각하는 뇌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스마트폰을 많이 할수록 브레인롯이란 현상뿐 아니라 기억력이 떨어진다. 노인일수록 망각현상이 뚜렷하게 심해진다. 망각 문제로 치매가 걱정되어 진료실을 찾아오는 노인들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을 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짜 좋은 것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선인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처방!

"하루 1분씩 손바닥을 관찰하세요. 손이 향하는 곳을 생각해 보세요. 손에서 스마트폰을 조금씩 내려놓는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 대화 상대자가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 예절이기도 하다. 진료 중에도 휴대폰 꺼내보고 전화받는 사람들 많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 가족과 있을 시에도 스마트폰을 자제하고 대화에 집중하자.


2. 운동 시에 스마트폰을 멀리 한다. 운동은 뇌운동을 겸하는 시간이다. 운동에만 집중!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운동하러 가자. 운동의 맛을 느껴보자.


3. 취침 전 1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금한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수면을 방해한다. 그뿐 아니라 블루라이트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과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촉진하여 지방을 축적시킨다.


4.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다(예, 공부하면서 스마트폰 하는 일 혹은 스마트폰으로 여러 가지 것을 동시에 하는 일).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뇌를 쉽게 피로하게 한다.


5. 약해진 전두엽을 강화하기 위한 몰입 훈련: 스마트폰으로 몰입이 부족해진 뇌를 위해 독서가 좋다(쉽고 재미있는 책). 완독의 경험을 쌓은 뇌는 자신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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