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바라본다.
엄지부터 손가락 하나씩 살펴본다. 손금을 따라가 본다. 주름의 수를 센다. 손이 손을 더듬는다. 손이 손을 잡는다. 두 손을 포갠다. 얼마만인가? 그건 기도하던 느낌. 뭔가 따뜻해지는 느낌. 주먹을 쥐어본다.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진다. 엄지와 다른 네 개 손가락의 방향이 다르다. 구브러지는 방향이 다름으로 인해 주먹이 만들어진다. 손톱은 달 모양이다. 왼손에 초승달 한 움큼 그리고 오른손에 그믐달 한 움큼. 손을 씻는다. 손을 닦는다. 손가락을 움직인다. 손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수많은 것들.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린다
톡톡, 토토독...
손이 마음처럼 느껴진다.
손을 잘 내밀어야겠다. 손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는 것이니까.
손이 따뜻해야겠다. 마음의 온도처럼 느껴질 테니까.
손을 살피는 동안, 뇌에서는 운동을 관장하는 뇌피질과 기적핵이 서로 연결된 신경회로를 통해 쉴 새 없이 정보를 주고받을 것이다. 적절하게 도파민을 회로에 뿌려주면서 얼마나 세밀하게 손가락을 움직일 것인지 협의하는 것이다.
손만큼 섬세하게 만들어진 것이 또 있을까? 27개의 뼈로 구성된 손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손이 섬세하고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증거다. 자신의 손으로 하고 있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보자.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손을 사용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손의 움직임을 마음으로 느껴보는 방법으로 설거지가 좋다. 귀찮게 여기기 쉬운 일이지만 마음으로 하는 설거지는 해볼 만하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는 마음챙김에서 명상과 관련된 호흡조직, 근육, 손과 발의 움직임을 느끼고 주목하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머릿속이 과민해지고 잠재의식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는 그런 생각을 분석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면 된다. 수시로 생각이 올라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뇌가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쑥 들어온 생각이 흘러나가고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때까지 자신의 신체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명상이 있지만 명상이 부자연스럽다면 두 손을 사용하는 설거지가 좋을 것이다.
설거지는 명상처럼 특별한 형식이 필요 없어 좋다. 부정적인 생각과 소통하려고 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설거지를 하자. 찌꺼기와 흔적이 지워져 갈 때 손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주목하자. 이렇게 마음을 지키는 설거지로 훈련이 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한 설거지하는 시간은 돌아봄의 기회이다. "감정적으로 먹고 있는지"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마음의 허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 이제 '마음지키기 설거지'를 해보자.
편안한 자세로 서서 손을 내밀고 손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자.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과 물의 소리와 씻겨 내려가는 느낌에 집중한다. 물의 흐름이 느껴지는가? 가능한 천천히 그릇을 닦는다. 그릇을 쥐고 있는 손끝의 느낌과 세재를 사용하여 그릇을 휘젓는 느낌 모두에 주목하자. 평소 보지 못했던 그릇의 모양과 무늬를 살피고 그릇에 손이 닿는 느낌에 주목하자. 잠시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별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현재에 집중하자. 물의 흐름을 느껴보자. 가능한 천천히 설거지를 하자.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느낌 그것에 집중하자.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느끼지 못했던 손가락이 느껴지는가? 이제 발을 의식해 보자. 서있는 발, 나의 바닥을 지탱해 주는 발에 집중하자. 발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고 발가락을 느껴보자. 다음으로 어깨와 목근육에 주목하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손과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닦으면서 씻어내면서 어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집중하자. 여전히 물소리는 들리는가? 설거지통에서 들리는 여러 다양한 소리들에 집중하자. 소리만 집중하는데도 편안해진다. 마지막으로 설거지하고 있는 호흡에 집중하자. 들숨과 날숨을 느껴보자.
손을 살피는 일이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54개의 뼈로 구성된 두 손을 움직여서 설거지하는 시간은 현재에 집중하는 최고의 시간이다. 설거지하는 동안 몸으로 전달해 오는 것(소리와 시각과 촉감)과 몸 안에서 반응하는 것(근육과 뼈)에 주목하면서 평소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몸을 느껴보는 것이 마음지키기 설거지이다. 스트레스가 쌓여 감정적인 식사를 했다면 설거지는 힐링의 시간이다. 곧, 긴장은 해소되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