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장의 계절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마저 감격스러운 날이 된다. 시원한 바람이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오고, 커튼과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인다. 거실의 스피커에는 여름과 어울리는 청량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창 밖으로는 여름이 만들어내는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간다. 한참 동안 구름을 바라보고는, 얼음이 가득 든 아메리카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평화로운 하루와, 이런저런 고민들이 하루 종일 내 온몸을 붙잡는 날이 반복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무겁다 못해 한 걸음도 못 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깟 고민이 우스울 만큼 주말은 평화롭다. 불안감이 나를 잠식할 때면 지금이 아주 평화롭다는 걸 망각하고 만다. 차근차근 걸어가면 결국 행복해진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여행이 떠나고 싶어지는 청량한 노래가 들려오면 몸을 가만히 들 수 없게 된다. 가만히 글을 쓰고 있다가도 번뜩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고양이 발걸음으로 몸을 흔들며 룰루랄라 온 집안을 헤집으며 걷게 만든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멈출 수 없게 된다.
한 번은 떠나야 될 것만 같은 여름이 깊어진다. 이곳이 평화로운 것과는 별개로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만들곤 한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부터,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설레는 감정이 머무르게 만든다. 여름의 여행은 여름만의 느낌을 물씬 품을 예정이고, 그건 아마 여름인데도 시원했던 여름만의 청량함이 담겨서가 될 테다.
여름과 어울리는 여행을 찾는다. 이리저리 전국지도를 둘러보다가 계절이 가장 잘 녹아들어 있는 곳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푸른 녹음이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발을 담그고 계절에 푹 빠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장소. 항상 머물던 나의 공간으로 떠날 여행을 세운다.
흥얼거리며 오늘을 이곳에 담는다. 글은 감정을 담고, 감정은 상황이 만들어 낸다. 청량한 여름에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은 여름에 관한 글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앞에 두고는 사랑스러운 글이 나온다. 평화로운 여름에는 평화로운 글을 쓰는 게 가장 편하게 쓰인다.
좋은 감정을 오래도록 담아두려 노력한다. 읽는데 편안하게 읽히는 부드러운 글을 주고 싶은 마음은 늘 같아서, 내 감정이 어지러운 날에는 글을 숨겨두고만 싶어진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의 하루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찬다.
성공이란 게 평화로운 상태가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아직 성공했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 평화롭기만 하다. 잠깐 마주한 감격스러운 하루의 조각이 오래도록 머물도록 여름의 한 조각을 담는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여름 : 성장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