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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Sep 27. 2022

떠나고 싶어지는 청량한 음악과 함께

여름, 성장의 계절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마저 감격스러운 날이 된다. 시원한 바람이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오고, 커튼과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인다. 거실의 스피커에는 여름과 어울리는 청량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창 밖으로는 여름이 만들어내는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간다. 한참 동안 구름을 바라보고는, 얼음이 가득 든 아메리카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평화로운 하루와, 이런저런 고민들이 하루 종일 내 온몸을 붙잡는 날이 반복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무겁다 못해 한 걸음도 못 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깟 고민이 우스울 만큼 주말은 평화롭다. 불안감이 나를 잠식할 때면 지금이 아주 평화롭다는 걸 망각하고 만다. 차근차근 걸어가면 결국 행복해진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여행이 떠나고 싶어지는 청량한 노래가 들려오면 몸을 가만히 들 수 없게 된다. 가만히 글을 쓰고 있다가도 번뜩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고양이 발걸음으로 몸을 흔들며 룰루랄라 온 집안을 헤집으며 걷게 만든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멈출 수 없게 된다.



한 번은 떠나야 될 것만 같은 여름이 깊어진다. 이곳이 평화로운 것과는 별개로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만들곤 한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부터,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설레는 감정이 머무르게 만든다. 여름의 여행은 여름만의 느낌을 물씬 품을 예정이고, 그건 아마 여름인데도 시원했던 여름만의 청량함이 담겨서가 될 테다.



여름과 어울리는 여행을 찾는다. 이리저리 전국지도를 둘러보다가 계절이 가장 잘 녹아들어 있는 곳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푸른 녹음이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발을 담그고 계절에 푹 빠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장소. 항상 머물던 나의 공간으로 떠날 여행을 세운다.



흥얼거리며 오늘을 이곳에 담는다. 글은 감정을 담고, 감정은 상황이 만들어 낸다. 청량한 여름에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은 여름에 관한 글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앞에 두고는 사랑스러운 글이 나온다. 평화로운 여름에는 평화로운 글을 쓰는 게 가장 편하게 쓰인다.



좋은 감정을 오래도록 담아두려 노력한다. 읽는데 편안하게 읽히는 부드러운 글을 주고 싶은 마음은 늘 같아서, 내 감정이 어지러운 날에는 글을 숨겨두고만 싶어진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의 하루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찬다.



성공이란 게 평화로운 상태가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아직 성공했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 평화롭기만 하다. 잠깐 마주한 감격스러운 하루의 조각이 오래도록 머물도록 여름의 한 조각을 담는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여름 : 성장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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