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장의 계절
여름밤에는 개구리에게 소리를 내어준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여름밤에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가득 찬다. 이렇게나 큰 소리를 왜 낮에는 듣지 못했을까 생각하다가 낮의 소음이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덮었던 게 아닌지 궁금해졌다. 개구리는 구애를 하기 위해 울음소리를 내는데, 보통은 피부에 습기가 있어야 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낮에도 여전히 울기는 하지만 낮보다는 밤에 더 많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밤에 우는 존재는 귀뚜라미, 개구리, 반딧불이, 그리고 사람이 있다. 밤에 들리는 자연의 소리는 위안을 주고, 사람의 소리는 위로를 주고 싶게 만든다. 위로를 받고 싶던 사람에서 위로를 주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건 주변의 상황을 새롭게 보기에는 충분하다는 뜻이다.
평화로운 여름밤은 그저 오지 않는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서 귀를 열 때 주변의 소리는 점점 커져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마음이 고요해 지면 지나간 사람이 문득 떠오른다.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눈을 감아보지만 감은 눈 사이로 떠오르는 어렴풋한 얼굴까지는 막을 길이 없다.
여름이라는 단어보다 여름밤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훨씬 큰 걸 보면, 아마 더운 여름의 낮을 견디고 찾아온 시원한 여름밤이 고마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요한 순간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지도 모른다.
장마가 끝난 뒤 너무나 맑은 하늘이 초록 나무와 대비되었다. 날은 오랜만에 너무나 시원했고, 습기가 적당한 바람이 불었다. 햇빛에 나가지 않고 그늘에서 초록색과 하늘색을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스쳐가고, 여름이 그려놓은 세상에서 한참 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청명한 하늘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늘은 맑고 나무는 푸르르다. 맑고 투명한 날이 무슨 날인지 새삼 실감한다. 세상을 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날은 세상의 색깔이 원래 이렇게 진한 색이었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원래 하늘이 이렇게 파랬는지, 구름은 하얗고 그와 대비되는 나무는 이토록 맑은 초록색을 띄고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맑은 세상을 담으려 한참을 사진을 찍어봐도, 실제 세상이 너무나 맑아 눈을 떼지 못했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여름 : 성장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