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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Sep 30. 2022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는 맑았습니다.

여름, 성장의 계절




약간의 지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어떤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면 당연 빗소리라고 말할 테지만 비가 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비가 오는 걸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럴 때 가지고 있는 대안 중 하나는 '파도소리'다. 바다가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당장 떠나면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센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다는 다양한 소리를 내고 그동안 담아 놓았던 이야기를 파도와 함께 꺼내 내 발 가까이에 놔둔다. 파도는 가까이 다가왔다가 이내 멀어지고, 다시 가까이에 다가왔다가 멀어지길 반복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점점 더 멀어지고, 점점 더 가까워진다.



여러 가지 고민들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면 단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몸을 움직여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에 다다른다. 깨끗하고 맑은 바닷물은 동해바다만의 매력이고, 맑은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하얀 파도는 사람을 여유롭게 만들어 버린다.



흰 운동화와 흰 양말을 벗고 손에 든 채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을 폴짝대며 뛰다가 카메라를 꺼냈다. 삼각대를 꺼내 모래사장 위에 카메라를 세워 놓고는 타이머를 맞춘 채 빠르게 지나갈 찰나를 담아낸다. 아주 잠시면 사라질 찰나의 순간을 담고는 오래도록 꺼내본다.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자면 파도소리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인다. 바닷가에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투성이다. 혹은 그들의 소리만 내 귀에 들어왔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연인이든 가족이든 그들은 사랑에 푹 빠져서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과 꼭 잡은 손을 아주 잠시 동안 놓고는 서로의 얼굴을 담는다. 미소 짓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기분이 회복된 것인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파도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들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 파도소리와 어우러지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잠시 동안 놓칠 것만 같은 감정을 사진에 담았다. 저 멀리 수평선에 카메라를 대고는 한참 동안이나 셔터를 눌렀다.



여름의 바다는 맑았고, 뜨거웠고, 잔잔했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여름 : 성장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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