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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04. 2022

고맙다고 말해도 될까?

가을, 회복의 계절


내가 너에게 고맙다고 말해도 될까?


   

네가 그토록 그리웠던 이유는 네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와 헤어진 이유와는 별개로 남기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다. 그게 새로 다가올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한 일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네가 생각났던 건 네가 나의 첫 번째 사랑이어서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 짐작이 깨졌던 건 너와 함께 가지 않았던 곳을 가고, 너와 함께 보지 않았던 풍경을 보는데도 네가 생각났을 때였다. 네가 나한테 잘해준 것에 비해 나는 너에게 한참은 더 잘하지 못했고, 더 잘해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미안해서 많은 순간들을 후회했다. 너에게 큰 꽃다발을 선물해주고 싶던 날 작은 꽃다발을 선물했던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네가 몇 번째 사랑으로 나에게 찾아왔든 간에 네가 나타난 시간 뒤로부터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네가 언제 찾아왔든 간에 꽤나 오래 기억하고, 지나간 추억을 곱씹었을 것이다.



네가 했던 말처럼, 너만큼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걸 안다. 보다 강렬했던 감정은 여러모로 내 안에 남아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곤 한다. 그건 너에 대한 그리움도 미련도 아닌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설령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나는 네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했을 거니까. 너와 나는 아무리 맞추려 해도 맞춰지지 않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너를 잊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건 아마도 내가 너를 사랑했던 기억이 꽤나 좋았었나 보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와는 별개로.



진심을 다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의 마지막이 너무도 처량해서 눈을 보며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지만, 헤어지는 그 순간마저 너를 사랑해 네가 행복하길 바랐다면 아마 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사랑하는 사람은 헤어지자고 말 안해"



진심을 다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의 순간순간들이  덕분에 밝게 빛났다고 말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번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닿지 않을  알면서도.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가을 : 회복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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