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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03. 2022

더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었을까요.

가을, 회복의 계절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포기해.

 지음씨가 포기한  뭔데?”     



내가 포기한 게 뭔지 물었다. 포기한 게 뭐였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내가 포기한 건 없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사랑이 꼭 희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라는 말뿐이었다. 네가 나한테 줬던 배려가 얼마나 컸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 질문이 의미했던 건 포기하고 희생하라는 뜻이 아니라 서운하다는 말이었을까. 질문의 의도가 사랑의 의미에 관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너는 사람을 대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질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결국 의미 없는 말로 되받아쳤다. 너는 서운했었던 걸까. 아니면 말 그대로 이번에는 희생해 달라고 이야기했던 걸까.



아마 둘 다가 아니었을까.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는 나에게 서운했다는 말로 이해하기로 했다. 서운한 감정을 감당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더욱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나조차도 그러하니까.



더 보고 싶은 사람이 먼 거리를 오는 데 주저함이 없게 되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오래도록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건데도 마음이 미어지게 만든다. 사랑을 주고받는 크기가 동일하길 바라지만 그건 아무래도 쉬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 비겁한 나는 도망가고 싶어 진다.



함께 하는 많은 순간들은 서운함을 받고, 서운함을 준다. 서운함보다 더 큰 건 사랑하는 마음이라 결국 또 머무르고, 또 사랑하고, 또 머문다. 서운함보다 사랑이 더 크고, 머무르는 행복이 더 크니까.



“미안해 너를 서운하게 했지?” 미안하다는 말에 모른 척 져주던 마음은 어떤 거였을까. 미안하다는 말로 합의되지 않는 처음 경험하는 거리에 결국은 머무르지 못해 그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물어보지 못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질문이었으니까.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가을 : 회복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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