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음 Oct 06. 2022

만끽하며 살아가는 가을밤

가을, 회복의 계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밤은 지난날을 돌아보기 좋은 시간을 선물한다. 돌아보면 가을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인생이 물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을은 한 해를 돌아보는 계절이 찾아왔다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한 해를 정리하고 한 해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자신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결론지어야만 한다. 아쉬움에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도 정리를 해야만 할 때다.



세상의 나무들은 가을이 찾아왔다는 걸 제일 먼저 깨닫는다. 봄에는 파릇함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푸른 새싹들을 내놓고, 여름에는 한결같이 초록색이 깊어지더니 가을이 되면 각자만의 색깔과 모양을 찾아간다. 더욱 푸르게 물들어 버리거나, 노랗게, 빨갛게 물든다. 봄에 심어놓았던 농작물들 또한 제 모습을 낸다. 검은콩, 고구마, 알밤, 호두 모두 제각각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각자만의 속도로 서서히 익어가는 건 비단 식물뿐만이 아니다.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또한 가을이 오면 나무가 깊어진 것처럼 깊어진다. 한 해를 돌아보기 가장 좋은 계절이 단연 가을인 이유는 제 모습들을 찾아가고 있는 식물을 보면서 스스로 올 해는  어떤 수확을 거둘 수 있는지 되묻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올해 의미 있게 남길 수 있는 게 뭔지 되묻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깊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지난날을 되묻는 과정 속에서 인생 또한 깊어졌다는 걸 발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라는 건 없기에 되묻다 보면 한 해가 정리된다. 더 많이 남길 수도, 더 적게 남길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라도 남길 수밖에 없다.



불안한 하루가 얼마큼 많았는지 알 수 없지만 잠시 쉬며 인생을 돌아봐야 할 때다. 인생이 깊어진다. 가을이 물드는 것처럼 인생도 물들기 시작한다. 겨울과 봄, 여름을 보냈냐에 따라 인생의 색깔도 깊이도 달아지겠지만 분명 깊어진 어느 가을날에 문득 당신만의 색깔을 찾게 될 것이다. 어떤 색깔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결국 살아가는 모든 인생은 물든다. 아주 예쁘게.



::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답을 달라고 난리를 치다가 알게 되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었고, 그 과정이 답 그 자체였음을.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가을 : 회복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순탄하게 살아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