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도 싸웠었지만요
모두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나보다도 우리 언니를 더 사랑한다. 세상 그 어떤 사람들 보다도 우리 언니가 행복했으면 하는 이유를 말하라면 잘 말하지는 못하겠다. 어떤 사랑이든 사랑의 이유를 대는 건 쉽지가 않으니까.
내가 힘들 때마다 변함없이 가장 먼저 달려와 줬던 건 우리 언니였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준 것도 언니였고, 가장 닮고 싶은 것도 언니였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나보다 더 힘들어했던 건 언니였다.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주저앉아버렸을 때마저 '일어나라'라고 이야기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괜찮다고 잠시 멈춰도 된다고 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안식처였고, 위안이었다. 다시 일어나고 싶게 만들어준 사람이었고, 할 수 있다고 진심을 다해 옆에서 응원해준 사람이었다. 앞에서 잡아끌지도 않았고, 뒤에서 밀지도 않은 채 유일하게 옆에서 내 속도에 맞춰 걸어준 사람이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게 왜 언니를 눈물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힘들다고 울부짖다 못해 점점 감정에 무뎌져서 덤덤해지던 날 쯤이었던 것 같다.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참 위태로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차나리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언니에게 무심코 말을 해버렸던 걸까. 형부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무슨 일 있었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형부에게 아무 일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고통스러운 것들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나 많이 말해왔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마저 의미 없게만 느껴지던 날이었으니까.
형부는 언니가 울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걱정된다고 울고 있는데 아무리 달래도 울음이 멈추지 않아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몇 개월 만에 다시 눈물이 나왔다. 그냥 내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 내가 나약하게만 느껴져 두려웠고, 나에게 티 내지 않으려 숨어서 우는 언니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다. 정말 간절하게 행복해지고 싶었다.
나의 속도에 맞춰 줬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 언니는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한결같이 내 속도에 맞춰 걸어준 사람이었다. 도저히 하고 싶지 않다는 나에게 정말 힘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심으로 말해준 사람이었고,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회사도 그만두어도 된다고 지켜준다고 진심을 다해 말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나에게 언제든지 응원해준다고 해준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언니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해서 나 자신보다도 더 행복하길 바라고 또 바랬다. 나보다는 언니가 더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질 것 같아서 언니가 훨씬 행복해졌으면 했다.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질 거라서,
언니는 점점 더 많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행복해지길 바랬다.
행복해야만 하는 언니와 이틀 전 여행을 다녀왔다. 언니는 나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언니를 지켜주기에는 아직도 나는 나약한 존재라 '괜찮다 지켜주겠다'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언니 옆에 형부가 있어서 다행이고 또 다행이었다.
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날 언니에게 함께 여행 가지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냥 따라와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언제 꺼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너무너무 행복해서 사는 게 즐겁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많이 싸웠던 언니와 제일 친한 사람이 되었고, 제일 친하다 못해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언니가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훨씬 더 많이. 나도 행복해질 거니까.